'파주'에서 형부를 사랑하는 최은모 역

'질투는 나의 힘'으로 주목받은 박찬옥 감독이 7년 만에 들고 나온 영화 '파주'는 표면적으로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단순한 구도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욕망, 배신 등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교묘하게 흐르는 영화다.

이런 분위기를 끌고 가는 이는 서우다.

서우는 형부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최은모 역을 맡아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서우는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그릇이 작아 은모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부족함을 느꼈다고 했다.

"은모라는 캐릭터는 복잡다단해요.저같이 미숙한 사람이 은모의 모든 감정을 담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영화를 찍으면서 제 경험이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습니다.

많은 걸 담아내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드라마 '탐나는 도다'는 그가 '파주'에 출연을 결심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드라마 촬영이 중단되며 힘든 시절을 겪던 그때, 박찬옥 감독이 '파주'의 시나리오를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감독님께 제 넋두리를 했어요.편안한 언니 같았어요.기댔어요.제 얘기를 다 들어주셨죠. 감독님은 마치 극중 형부 김중식처럼 저를 보살펴 줬습니다."

물론 그가 작품을 선택한 것은 감독과의 이러한 관계보다는 시나리오의 다의성 때문이었다.

그 풍부한 울림에 그는 매혹됐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다 읽자 매우 낡은 서점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참 해석의 여지가 넓은 영화구나,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주'는 그의 말처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축은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다.

이런 불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파주는 소재가 혁명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예요.

이 영화의 소재가 불륜인 것은 맞지만, 주제가 불륜으로 정의되어서는 안 되는 작품이죠."

"흥행요?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흥행 때문에 불륜코드로 간다면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부를 결국 배신하고 마는 복잡한 성격의 은모는 이렇게 바라본다.

"중식은 언니의 남편이고, 언니에 대한 원죄도 있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감정이 은모에게 들어오는 거예요.

그렇게 되니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스 홍당무'(2008)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그해 신인상을 3개나 받으며 큰 시선을 끌었다.

서우는 그 덕을 전적으로 이경미 감독에게 돌렸다.

이경미 감독은 작은 동작 하나하나 그에게 가르쳐줬다고 한다.

홍당무의 여중생은 이경미 감독의 작품이다.

반면 박찬옥 감독은 이 감독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박 감독은 서우를 방임하기로 작심이라도 한 듯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능동적으로 연기하게끔 도와주신 분이죠. '네가 느낀 대로 해봐. 느꼈다면 그게 정답이야'라고 말해주셨어요.최은모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제가 알아서 걷도록 도와주셨죠."
드라마 '탐나는 도다'를 물었다.

그는 "흥행 실패로 마음이 아팠다기보다는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3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미스 홍당무', 단편영화 '우리학교 대표'(2008년.박상준 감독), 그리고 '파주'다.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이 부각된 영화들이다.

그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많은 관객과 공유하는 영화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흥행요소만으로 작품을 선택하면 얕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 그런 배우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