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막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인사 중 가장 유명한 배우는 단연 할리우드의 조시 하트넷(31 · 사진).'진주만''블랙호크다운''럭키넘버슬레븐' 등에 출연했던 그는 신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 · 15일 개봉)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했다. 이병헌,기무라 다쿠야 등과 공동주연을 맡았다.

'그린 파파야 향기'의 베트남 출신 거장 트란 안 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과 일본 등이 1800만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부호의 아들 시타오(기무라 다쿠야)가 실종되고 각기 다른 이유로 그를 찾아 나선 홍콩 마피아 수동포(이병헌)와 전직 LA경찰 클라인(조시 하트넷) 등의 추격전을 엽기적인 상황으로 그려낸 스릴러다.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병헌과 다쿠야와 함께 밤새 술마시며 친해졌다"며 말문을 뗐다.

그가 연기한 클라인은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던 중 그의 악마적인 영혼에 물들어 해직된 형사.고통이 존재를 아름답게 한다고 주장하는 연쇄살인범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시신으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드는 사이코패스다. 클라인과 다른 각도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는 마피아 수동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냉혈한.

"등장인물들은 심리적으로 낭떠러지에 존재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금세 미쳐버린다. 미친 것과 정상적인 것의 경계는 거의 없다. 연쇄살인범은 육체의 섬세한 질감을 즐기기 위해 망치로 사람을 때려죽인다. 이런 설정은 우리 육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죽음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넌지시 알려준다. 고통도 현실의 일부란 사실도 가르쳐준다. "

그러나 이런 주제는 난해한 양상으로 표현됐다. 시사회를 본 관객들도 한결같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관객들의 지적처럼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는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프랑스계 베트남 출신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일본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등 12개국 스태프가 참여해 만든 경험도 들려줬다. "사실 현장에서 의사 소통이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사람들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작업의 핵심은 오히려 정확하게 전달했다. "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2분의 1'같은 아방가르드 영화들을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실험성이 짙은 영화들에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