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가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남태평양의 서사모아에서 규모 8.0의 강진과 지진해일이 발생한 뒤 30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페루에서 각각 지진이 발생,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앞서 지난 8월11일 새벽 일본 동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6.6의 강진으로 최고 파고 50㎝ 이상의 지진해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1983년 5월에는 강원도 삼척시 임원항에서 3명이 사망 · 실종했고,선박 70여 척이 파손됐다.

지진으로 해저가 솟아오르거나 가라앉을 때 바닷물이 퍼져나가는 게 지진해일이다. 지진해일은 수심이 깊으면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겉으로는 수면 위 파도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바닷속의 물도 함께 이동한다. 해안 근처의 얕은 곳에서는 갑자기 커지면서 해안을 습격해 큰 피해를 일으킨다.

한국형 재난영화 '해운대'를 본 관객이 110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덩달아 영화 소재인 지진해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처럼 초대형 지진해일이 한국을 덮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대마도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단층대여서 지진이 발생해도 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고,대마도 인근에서 지금까지 대형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으며,남해안과 서해안은 수심이 100m 정도로 낮아 초대형 지진해일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우리나라는 일본,대만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리적인 위치는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 '해운대'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 허황된 이야기인가. 과장해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방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지진해일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거나 대피할 시간을 놓쳤을 때 발생할 혼란을 상상해 보면 '해운대'는 지진과 지진해일을 감시하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기상청으로서는 끔찍한 영화였다. 관객 1000만명의 단 1%인 10만명이라도 지진해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 영화는 대성공이다. 자연재해 예방이 고유임무인 기상청으로서는 '지진해일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홍윤 < 기상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