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연구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정산 스님(63 · 사진)은 욕심(?)이 많다. 무욕과 관조에 바탕을 둔 불성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은 음식과 화업이라는 두 가지 수행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정산 스님이 오는 23~29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매니큐어라는 독특한 재료로 그린 작품을 모아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그는 "매니큐어 색감의 매력에 끌려 섬세하고도 정선된 색채로 불심과 자연을 화폭에 담아왔다"고 말했다.

정산은 초등학교 졸업 후 15세에 부산 범어사로 출가한 뒤 수묵화 수채화 유화 등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려왔다. 2002년부터는 매니큐어의 물성에 매료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적인 팝아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7~8년 전 깨진 도자기를 접합한 후 갈라진 자국을 매니큐어로 되살려 냈더니 사람들이 감쪽같이 속더군요. 그림 물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싶어 곧바로 매니큐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보존성이 뛰어난 데다 색깔만도 600여가지가 넘어 팔레트가 필요없어요. "

그는 "매니큐어는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양한 기교를 부릴 수 있어 현대 미술의 좋은 재료"라며 "여러 색채를 통해 현대인의 다양한 삶과 영혼을 표현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니큐어 색을 미적인 관점으로 보면서 불교미술의 전통이나 금기를 극복해 나갔다. 그동안 먹이나 붓 등 탱화의 재료로부터 터부를 깼던 것이다. "부처님 얼굴에 매니큐어 색을 입히는 것은 보다 인간답게 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

실제 정산의 매니큐어 그림은 한동안 사실적인 자연의 요소를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교 대중화 관점에서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부처님 얼굴에 색을 입히거나 다소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 법륭사의 구세관음상을 재구성해 부처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매니큐어가 1000개 정도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쓴 것만 5만개가 넘었고요. 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이미지를 대중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보람입니다.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 드 살롱전에 참가해 불교적인 팝아트를 세계무대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 정산은 1970년대부터 사라져가는 사찰음식의 전통을 잇기 위해 전국 주요 사찰음식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려온 것으로 유명하다. 1980년 인사동에 국내 첫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을 열었고 '산채요리''한국사찰음식' 등의 책도 펴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