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내리락해.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0)의 화제작 《1Q84》는 기묘하고 일그러진 인생을 반품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각기 고통과 아픔,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한 신흥종교와 얽히는 모습을 흡인력있게 보여주며 작가는 '번뇌의 수레바퀴' 같은 인생을 구원해주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소설은 30대를 눈앞에 둔 남녀 덴고와 아오마메를 주인공으로 번갈아 내세운다. 스포츠클럽에서 일하는 여자 아오마메는 한 노부인의 의뢰를 받아 여성을 학대한 남자들을 깔끔하고 완벽하게 살해하는 '킬러'를 겸업하고 있다. 소설가 지망생이면서 학원 강사인 남자 덴고는 열일곱살 소녀 후카에리가 쓴 소설을 윤문해 신인상을 탈 만한 '물건'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두 남녀의 일상에 신흥종교집단 '선구'가 끼어들면서 상황은 변한다. 아오마메는 노부인으로부터 10세 소녀를 성폭행한 '선구'의 교주를 처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다 덴고가 다듬던 소설과 후카에리가 '선구'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기에 아오마메와 덴고가 과거에 맺었던 강렬하고 짧은 인연까지 가세하며 소설은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조지 오웰의 《1984》를 토대로 소설을 구상했다는 무라카미는 숫자 '9'를 알파벳 'Q'로 바꿔 '본래의 1984년이 아니라 몇 가지가 변경된 1Q84년이라는 세계'를 그려냈다. 옴 진리교를 연상케 하는 '선구'는 현실을 반영하는 소재지만,두 개의 달이 뜨고 정체불명의 존재 '리틀 피플'이 있다는 설정은 초현실적이다.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아오마메나 단순한 유아 성폭행범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선구'의 교주는 옳고 그름,체제와 반체제를 구분짓는 경계를 무너뜨린다.

《1Q84》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낯선 남자들과 '원나잇 스탠드'를 일삼는 아오마메,유부녀인 여자친구와 불륜을 저지르는 덴고는 진정한 사랑에 허기진 존재들이다. 어릴 적 만난 덴고를 20년 동안 사랑하며 운명적인 해후를 꿈꿔온 아오마메의 말에는 나약한 개인이 거대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비결이 숨어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무라카미가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이 소설은 출간 당일 68만부가 판매됐고 10일 만에 100만부,두 달 만에 200만부를 돌파하는 등 일본 열도에 '하루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고액 선인세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다.

소설 곳곳에 음악과 문학을 심어두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한국어판 1권이 먼저 나왔으며 2권은 다음 달 8일 출간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