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로 뽀로로'의 제작사 아이코닉스(대표 최종일)는 대표적인 CT기업으로 꼽힌다. 방송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해 판권 수출과 캐릭터를 이용한 출판 완구 DVD 등으로 지난해 매출 170억원,순익 45억원을 거뒀다. 관련 상품의 시장규모는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2001년 창업 당시 6명이던 직원도 90여명으로 불어났다.

2003년 개발한 킬러콘텐츠 '뽀로로'가 효자다. 아이코닉스는 개발에 앞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곤란하다고 판단,일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아용 시장을 파고 들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미취학 아동에게는 인간보다 동물 캐릭터가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당시 곰 강아지 생쥐 고양이 등을 모델로 한 인기 캐릭터는 많았지만 펭귄은 없었다. 수많은 펭귄 디자인 샘플을 그린 뒤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지금의 펭귄 캐릭터가 탄생했다.

'뽀로로'애니메이션 시나리오는 3~5세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되,재미있으면서도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특정 국가나 문화권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유아들은 '뽀로로' 방송에서 눈을 뗄 줄 몰랐고 시청률은 솟구쳤다.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 업체도 초기에는 10개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150개로 늘었다.

최종일 대표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 ·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CT의 최고 단계"라며 "컴퓨터그래픽이나 3D애니메이션 제작기술,캐릭터를 활용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업은 하위 단계의 CT"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정교한 CG기술도 원천 디자인과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의미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연결시킬 회사들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뽀로로'도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개발한 뒤 투자를 받아 제작을 아웃소싱했다. OSMU 사업도 제조사들이 제작과 판매를 맡고,아이코닉스는 로열티만 챙기면 된다.

영화 '괴물'의 괴물CG와 '해운대'의 물CG 소스는 할리우드에서 조달해 완성했다. 이것도 원천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뛰어났기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