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 역정을 함께한 정신적 버팀목이자 응원군은 '가톨릭 신앙'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첫 부인인 고(故) 차용애 여사의 집안이 독실한 가톨릭이었던 인연으로 서울교구 윤형중 신부에게서 교리를 배웠고,1957년 7월13일 노기남 대주교 숙소에서 김철규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세례명은 '토마스 모어'로 헨리 8세에게 저항하다가 순교한 '유토피아'의 작가 토마스 모어를 본받으라는 의미로 받은 세례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야 지도자 시절부터 가톨릭 지도자들과 민주화 운동의 방향을 상의할 정도로 각별했다. 특히 올해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은 남달랐다. 김 추기경은 1976년 명동성당 앞 3 · 1 구국선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되자 직접 면회를 갔고,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당선미사를 베풀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 2월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자 다음 날 이희호 여사와 함께 명동성당을 직접 찾아 조문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투옥됐을 때 김 추기경이 진주교도소와 청주교도소에 직접 찾아왔고,이희호 여사를 통해 100만원씩 두 차례나 차입금을 넣어준 적도 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