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성격이 그 이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사마르칸트도 그렇다. 사마르칸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란 뜻.

실크로드 하면 반드시 따라나오는 도시다운 이름이다. 사마르칸트는 당나라 장안에서 로마까지 이어진 오아시스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도시로,숱한 사람과 물자를 이어주던 '문화의 십자로' 같은 곳이었다.

로마와 나이가 같다는 도시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에서 시작,교역에 소질을 보였던 소그디니아의 중심으로 발전했고 칭기즈칸 시절을 거쳐 티무르 제국의 수도로 그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도시 전체에 14,15세기 티무르제국의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다.

Take1 메드레세와모스크

사마르칸트의 중심은 구시가의 레기스탄 광장이다. 모래(레기)가 있는 땅(스탄)이란 뜻의 레기스탄 광장은 14,15세기 실크로드에서 가장 큰 시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광장에는 좌우 대칭구조로 세 개의 메드레세(이슬람 신학교)가 서 있다.

왼쪽의 울루그베크 메드레세는 티무르의 손자이며 천문학자이기도 한 울루그베크 왕이 15세기에 세운 메드레세다. 처음에는 신학교 강당으로,나중에는 천문학 철학 수학 등 학문 연구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티무르제국 문화의 원천인 셈이다. 맞은편의 시르도르 메드레세는 17세기 건축물이다. 티무르 일족 이후 이 지역을 장악했던 야한그도슈 바하도르란 영주가 건립했다고 한다. 입구 아치 윗부분에 사자와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태양이 그려져 있는 게 특이하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금기시한다. 그래서 건축물을 장식할 때도 글씨나 기하학 무늬 외의 신상이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이 메드레세의 그림은 영주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에는 탈라카리 메드레세가 있다. 역시 17세기에 세워졌다. 내부에 작은 사원이 있다. 순금 500㎏을 들여 장식한 천장 등 내부 장식이 화려하다.

이들 메드레세는 이제 더 이상 이슬람 신학교가 아니다. 기념품과 특산품 판매점으로 변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할 뿐이다. 울르그베크 메드레세 양편에 우뚝한 45m 높이의 미나렛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다. 시르도르 메드레세에는 카펫 직조기술을 시연하는 카펫 공장도 있다.

비비하눔 모스크는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원으로 유명하다. 티무르가 가장 사랑했다는 아내 비비하눔을 위해 짓게 한 사원이다. 가로 세로 100m가 넘는 대리석 안뜰이 넓고 35m의 쪽빛 돔과 50m 높이의 미나렛이 우뚝하다. 그러나 왠지 허허로운 안뜰 한복판에 커다란 대리석 설교단이 있다. 티무르가 이라크 바스라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오스만본 코란을 전시했던 설교단이라고 한다. 설교단 받침대 아래 다리 사이를 세 번 기어다니면 아들이나 딸을 얻을 수 있다는 토속신앙이 전해진다.

비비하눔 모스크는 '운명의 키스' 전설로도 유명하다. 이란 출신 건축가가 마지막 단계에서 모스크 완성을 조건으로 키스를 요구했다. 비비하눔은 40개의 달걀에 색을 칠해 보여주며 겉모양은 다르지만 알맹이는 같지 않느냐며 자기 대신 다른 여자와의 키스를 유도했다. 그러나 차가운 물과 백포도주가 담긴 그릇을 내밀며 겉은 같아도 속은 다른 것이라는 건축가의 꾀에 하릴없이 키스를 허용한다.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원정에서 돌아와 둘이 정을 통한 사실을 알아차린 티무르는 건축가의 목을 베고,비비하눔은 보자기에 싸 미나렛 꼭대기에서 떨어뜨려 죽게 했다고 한다. 비비하눔 모스크 옆에 시끌벅적한 바자르가 있다. 난이나 과일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바자르의 분위기가 모스크 안의 정적과 대조적이다.

Take2 티무르의 묘와 고구려 흔적

구르(무덤) 에미르(지배자),즉 티무르의 무덤도 필수코스다. 티무르와 그의 일족이 안장돼 있는 가족묘다. 페르시아 원정에서 전사한 손자를 위해 1405년 세웠다. 묘 완공 1년 만에 중국 원정 중이던 티무르가 사망해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정면 좌우의 미나렛과 중앙의 에메랄드빛 돔이 빛난다. 15m 높이의 돔은 63개의 돋을줄무늬로 디자인됐다. 모하메드가 영면한 때의 나이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구르 에미르 내부는 티무르의 흑갈색 연옥관을 중심으로 그의 스승과 아들의 돌관이 자리해 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이 돌관들은 모두 가짜다. 지하 4m 아래 똑같은 위치에 진짜 관이 자리해 있다. 1941년 구소련의 학자들이 티무르의 관을 열었는데 한쪽 다리가 불구인 티무르의 유골이 나왔다고 한다. 관에는 '내가 이곳을 나갈 때 세상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란 뜻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티무르의 관 뚜껑이 열린 그날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다는 것이다.

아프라시압에서는 우리 민족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 관심이다. 아프라시압은 원래의 사마르칸트가 있던 구릉지대.칭기즈칸은 아프라시압으로 통하는 유일한 물줄기를 틀어막아 왕국을 절멸시켰고 티무르는 지금의 사마르칸트에 다시 도시를 재건했다고 한다. 아프라시압 박물관에 전시된 훼손이 심한 벽화 한 점이 눈길을 끈다. 7세기 후반 사마르칸트의 왕을 알현하는 12명의 외국사절 행렬을 그린 것인데 그중 한 인물이 조우관(새의 깃털을 꼽은 모자)을 쓴 고구려 사절이라는 설명에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마르칸트=글 · 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Tip --------------

우즈베키스탄의 정식 국명은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이다. 수도는 동북부의 타슈켄트.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두 배인 44만7400㎢이며 인구는 2800만명.우즈베크인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가 이슬람교도다.

고려인은 16만명 정도가 산다. 통화 단위는 숨.환율은 1달러에 1300숨 내외.한국보다 4시간 늦다. 관광객도 비자가 있어야 입국 가능하며 현지 초청장이 있어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태림투어(02-771-3332) 등의 여행사에서 초청장을 받아 비자를 내준다. 초청장 비용을 포함해 일주일짜리는 19만원,2주일짜리는 21만원.

대한항공이 타슈켄트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타슈켄트까지 비행시간은 7시간 내외.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 열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시아 사마르칸트호텔이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꼽힌다.

탄두라라는 벌집 모양의 진흙가마에서 굽는 빵인 '논'이 주식.알렉산더대왕이 만들었다는 기름기 많은 볶음밥 '플롭',양 소 닭고기 양념 꼬치구이인 '샤슬릭',커다란 튀김만두의 일종인 '삼사' 등이 먹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