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가끔 인생은 괴롭지/다른 길을 가려면 두렵지/현실만을 보는 사람은/꿈을 잃어버리네/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은/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뮤지컬 '일삐노끼오' 중에서)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나는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어린 시절 피노키오가 인간의 아이가 되는 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뮤지컬 무대에서 그 감동을 되살릴 기회가 왔다.

이탈리아의 오리지널팀이 8월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일 삐노끼오'를 통해서다. 국내 무대에 이탈리아 뮤지컬이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게다가 원작동화 '피노키오의 모험(Le adventure DI Pinocchio)'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에 의해 쓰여진 작품이어서 이탈리아 풍을 잔뜩 느낄 수 있는 무대다.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와 제페토,푸른요정 등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전한다. 흡사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잔잔한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작품은 한 편의 동화를 읽듯 피노키오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생의 가치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려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대미술,음악,춤,의상,조명 등을 통해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이탈리아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이탈리아의 유명 그룹 이 푸(I pooh)가 만들었다. 이 푸는 아트록의 대표주자로 작품 속에 아트록을 비롯해 칸소네 · 힙합 · 라틴 등 다양한 음악이 잘 녹아있다. 숨가쁘게 달려가는 자극적인 템포나 전자음은 없지만 철저히 계산된 멜로디가 귀에 오래 남는 게 이탈리아 뮤지컬 음악의 특징.어느 곡은 처음 듣는데도 익숙한 팝송이나 샹송처럼 느껴진다.

특히 푸른 머리 요정이 방황하는 피노키오에게 들려주는 노래 'Vita'는 가슴이 뭉클할 만큼 아름답다. 성악가 조수미가 현지에서 관람하던 중,이 곡에 반해 이 작품의 국내 공연을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극은 좌충우돌하는 피노키오와 진정한 아버지상을 배워가는 목수 제페토를 통해 인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원작에는 없는 안젤라라는 캐릭터가 추가됐다. 오래 전 제페토와 사랑에 빠졌던 여인인 안젤라는 제페토와 피노키오의 중간에서 감정을 어루만지는 인물로 등장해 성인과 어린이 관객의 감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몫을 담당한다. 뮤지컬 안에서 제페토는 기성세대를,피노키오는 신세대를 대변한다. 완벽한 아들을 바라며 제페토와 마을 사람들이 꼭두각시 같은 인형을 만든다는 부분은 오늘의 자녀 교육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003년 이탈리아 밀라노 초연 이후 이탈리아 22개 도시와 스페인 등지에서만 선보여 비유럽권 투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뉴욕 공연이 예정돼 있다. 주인공 피노키오는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뮤지컬계의 스타로 떠오른 초연 배우 마누엘 프라티니가 맡았다. 연출가는 이탈리아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사베리오 마르코니이다.

이탈리아어로 공연되고 한글자막이 나온다. 8월7~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4만~13만원.(02)3461-0976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