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디어 관련 3개법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사 간 상호 겸영 규제 폐지와 모든 대기업의 방송업 진출 허용으로 요약된다. 비록 몇 가지 제한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방송업을 둘러싸고 있던 높은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동시에 자본력과 글로벌 경영능력을 갖춘 대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지상파를 포함한 기존 미디어 시장의 지형에도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방송업에 대한 신규 · 확대 진출을 공언하고 있는 대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미디어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즉시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 규제 철폐에 따른 시장의 격변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관련 법령과 제도가 어느 정도 틀을 잡고 관련 기업들이 충분한 검토작업을 거친 뒤에야 명실상부한 '미디어 빅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상파방송 어디로?

미디어법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MBC 등 기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신문사와 모든 대기업의 지분 참여 허용이다.

원칙적으론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도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이 갖고 있는 높은 시장성과 수조원대의 보유 자산을 떠올려보면 최소한 수천억원대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 진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경우 재무 능력에 관계없이 지상파 진출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4대 그룹들은 일단 방송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신문사는 종합미디어 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편 · 보도전문채널 진출은 활기띨 듯

종합편성 채널은 보도 오락 교양 등 모든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채널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상파는 중계기를 통해 각 가정에 직접 전파를 쏠 수 있지만 종편은 케이블TV(SO),위성방송,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채널로 서비스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전국 가구의 90%가량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 확보 싸움에서 종편이 지상파에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현재 종편채널 진출을 저울질 중인 대기업은 롯데 CJ 현대백화점 태광그룹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은 케이블TV 종합유선사업회사(MSO)와 홈쇼핑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TV 방송사업의 역량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종편 시장 역시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들의 진입이 허용되면서 어떤 기업이 뛰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IPTV,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의 사업에 진출한 KT와 SK그룹 등도 예상 후보군에 들어 있다. 일부 신문사도 종편이나 보도채널 진출 채비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편의 경우 투자자금이 워낙 많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대기업과 언론사,외국 자본 등이 다양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 사업자의 자본금 최저 한도를 2000억원 안팎에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태/양준영/김태훈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