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잦은 오보로 국민들의 불만을 샀던 기상청이 올 들어서는 신기할 정도로 연일 정확한 예보를 날리고 있다. 특히 올 들어 "00지방에 00㎜의 비가 오겠다"는 예보는 정확도가 95%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물 폭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남부지방에서는 '짜증날 정도로 잘 맞춘다'는 원성(?)까지 나오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데이터를 분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기상청 예보를 믿었다간 낭패"라는 푸념은 이제 들리지 않는다.

사람도 장비도 작년과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기상청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처럼 예보가 정확해졌을까. 기상청은 지난 2월 신설한 '전국 예보토의' 등 다양한 개선책이 예보 정확도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기상청은 작년 6월 셋째 주말 "장마가 시작된다"던 예보와 달리 땡볕 더위가 닥친 것을 시작으로 8월 첫째 주까지 6주 연속 주말 예보에 실패해 '최악의 오보'로 비난을 받았다. 작년의 경험 때문인지 지난달에는 48년 만에 장마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예보에 자신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기상청은 비가 오는 날과 지역에 대한 예보 정확도가 95%에 이르는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작년 여름 강수 유무 정확도가 8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정확도다. 또 최고 · 최저 기온 정확도에서도 지난해 2도 안팎이었던 절대평균 오차가 올해는 1.5도 안팎으로 줄었다.

예보 정확도가 높아진 데 대해 기상청은 올 들어 새롭게 도입한 각종 제도들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 2월 신설한 '전국 예보토의'.전국 예보토의는 그날의 일기 등을 분석해 예보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로 기상청은 지난 2월부터 매일 오전 7시50분과 오후 2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전병성 기상청장 및 5개 지방청장,전국 45개 기상대장 등 51명이 영상회의를 갖고 있다. 전국에 있는 베테랑 예보관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는 기상대별로 따로 회의를 했었다.

기상청은 또 지난 4월부터 주말 예보만을 맡는 '주말예보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예보 전담반은 지난해 여름 수차례 주말 예보에 실패했던 데 따른 대응책이다. 전담반은 진기범 예보국장을 반장으로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예보관 5명으로 구성됐다. 전 공군기상대장 등 현업에서 떠난 베테랑 예보관들까지 자문관으로 영입해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 회의를 거쳐 주말 예보를 한다.

또 3월부터는 그동안 들쭉날쭉했던 예보 시간을 오전 4시와 오후 4시로 정례화했다. 이는 언론 등 기상 정보를 활용하는 기관들과의 소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생산된 기상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또 지난 16일부터는 '긴급통보'를 신설하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기상 상황이 급격하게 변할 것이 예측되면 1~2시간 전이라도 긴급 예보를 통해 갑작스러운 기상 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턴 주간예보에 '신뢰도 정보'도 함께 표시하고 있다. 신뢰도 정보는 발표된 주간예보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에 대한 정보로 높음,보통,낮음의 3단계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낮음'은 다음 날 예보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는 의미다.

전 청장은 최근의 예보 정확도 향상에 대해 "하늘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예보뿐 아니라 악천후 기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재 기관들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