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미지의 세계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이 계단이 없었다면 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조망(眺望)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내는 나의 계단이며,다혜와 도단이는 나를 전망대에 오르게 하기 위한 사다리인 것이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신비한 복도에서 그나마 계단을 통해 창밖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믿고 따라준 가족들 덕분인 것이다. '

1975년 월간지 <샘터>에 소설 《가족》을 연재하기 시작했을 당시 소설가 최인호씨는 소설 《별들의 고향》으로 한창 유명세를 타던 젊은 작가였다. 당시 최씨의 딸 다혜는 네살,아들 도단은 두살이었다. 최씨와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소재로 짤막하게 이어가기 시작한 소설 《가족》이 <샘터> 8월호로 연재 400회를 기록했다. 국내 잡지 최장 연재 기록이다.

35년가량 소설을 연재하는 동안 최씨와 가족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젊은 가장이었던 최씨는 예순네살이 됐고,자녀들은 결혼해 최씨에게 사위와 며느리,손녀딸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선사했다. 최씨의 어머니와 큰누이,막내누이는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암투병으로 지난해 잠시 연재를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도 했다. 연재 400회를 맞아 321회부터 400회까지 분량의 소설에 사진 작가 주명덕씨와 구본창씨의 사진이 곁들여진 《가족 앞모습》과 《가족 뒷모습》(샘터)이 출간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