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20~40대 '이머징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하반기 화단을 잇달아 장식한다. 미술관과 화랑들이 경기 회복에 대비해 미래가치가 높은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작품은 경매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현재 전시 중이거나 하반기에 가질 예정인 작가는 이우림씨를 비롯해 도성욱 이동기 이호련 안성하씨 등 100여명.이 가운데 서도호 정연두 이환권 권기수 정명조 이동재 백승우 이정웅 윤종석 윤병락 지용호 이상현씨 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하거나 해외 화랑 · 미술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인간의 감수성과 대자연의 숨결,소박한 삶을 화면에 이야기하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현대인의 다양한 사고와 첨단 산업사회의 단면을 스펙터클하게 담아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만화같은 팝아트,시각적인 비틀림을 시도한 역발상 조각,청바지 천으로 작업한 풍경화,'동구리'나 '아토마우스' 등 캐릭터를 활용한 그림,미술과 음악을 접목한 퓨전아트,사진보다 더 정교한 극사실주의 회화 등 기법도 다양하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리는 '공존'전에는 30~40대 화가 고찬규 곽수연 권인경 이길우 임서령 임종두 홍지윤씨의 근작 30여점이 걸렸다. 박생광과 천경자가 다져놓은 한국 채색화의 전통이 이들의 작품을 통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삼성동의 인터알리아는 현대인의 감성을 그림 · 사진 · 조각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을 초대해 '감성론'전을 마련했다. 권오상씨를 비롯해 이동기 홍경택 이환권 정연두 이수경 신기운씨 등 젊은 작가 7명이 '사물의 감성'을 담아낸 작품 50점을 걸었다. 예술의 유희적 측면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갤러리 한국미술센터는 작가들의 소품을 모은 대규모 정예작가전을 오는 23일 연다. 중견시인 박준상씨의 시를 화가들이 그림으로 표현한 이색 전시회다. 이사라 서미경 임종두 고은주 박상미 김현하 송혜림씨 등 화가 50명의 8호 이하 소품 50여점이 걸린다.

이 밖에 한상윤 김동범 김동현 찰스장 등 팝아트 작가 10명이 참여한 '갤러리는 살아있다'전(31일까지 · 수호갤러리),문형태전(23일~8월11일 · 토포하우스),이우림전(25일까지 · 표갤러리),조각가 김재원전(18일까지 · 아라리오 서울),이환권전(17일까지 · 카이스갤러리),이지현전(22일까지 · 갤러리인)도 주목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일상을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현대미술에 중요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작품,독창성을 지닌 작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젊은 작가들이 시장성에만 승부하다보니 잘 팔리는 인기 작가의 화법을 모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작가의 작품 가격은 작품성에 비해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