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라퀼라에서 8~9일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양대 의제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경제였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시대 이전 기준으로 섭씨 2도 이내에서 막자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80% 감축한다는 데 합의하는 등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20세기 들어 섭씨 0.7도 상승했고,21세기에는 각국 환경정책에 따라 적게는 1.1도에서 최대 6.4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 목표에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감축 목표 대비 시점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G8 정상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는 "안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성급한 경기부양 축소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 인도 설득엔 실패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선진국들이 과연 자신들끼리 합의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에 대해 개도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느냐 여부였다. 지난해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때도 2050년까지 50% 감축에 합의했으나 이어 신흥국까지 참가한 기후변화 주요국 포럼(MEF)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G8 국가들은 "선진국은 2050년까지 80% 이상 감축하겠다"며 자신들의 목표치를 높여 설득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로 급거 귀국하면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인도는 선진국들이 감축을 위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중국이 참석하는 오는 9월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들 간에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배출량 감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이 '1990년 또는 보다 최근 연도'로 다소 모호하게 제시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는 유럽이 주장하는 1990년과 미국과 일본의 주장인 2005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책 철회는 일러"

G8 정상들은 또 국제경제와 관련해선 "회복 조짐이 있지만 여전히 경제와 금융 안정이 불투명하며 심각한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정상들은 이에 따라 "수요 지탱과 성장 회복,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다짐했다. 다만 경기부양보다는 재정적자 축소에 더 관심이 많은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입장도 반영해 "일단 경기 회복이 확실해지면 위기상황에서 채택했던 특단의 정책들을 되돌리는 적절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마이크 프로먼 미국 백악관 국제경제보좌관은 "출구 전략을 준비할 수는 있지만 이를 실행할 타이밍은 아니다"며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경기부양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8 정상들은 유가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들은 "과도한 유가의 변동성은 업계가 장기 수요를 예측해 새로운 시설투자에 나서는 것을 저해한다"며 "시장의 지나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