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로 업무를 보던 여비서가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그녀도 컴퓨터로 작업을 하게 됐는데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고 나서 한 줄이 끝날 때마다 모니터를 오른쪽으로 밀쳐내더란다. 오랜 습관이 타성으로 굳어진 것이다.

긍정적인 습관이야 권장할 사항이지만 개인적인 타성이 조직 차원으로 확산되어 역기능을 일으킬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변화를 거부하는 무사안일주의다. 기업의 혁신은 생존의 필수 요소지만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무엇이 그토록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변화 관리 분야의 권위자로 불리는 존 코터는 《위기감을 높여라》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잘못된 관행을 조목조목 짚었다.

조직에 위기 의식을 충분히 불어넣지 않고 무작정 혁신을 시작하는 것,핵심 인재가 빠진 나약한 팀을 만드는 것,1분 안에 설명할 수 있는 비전이 없는 것,최고경영자나 간부만 심취하고 나머지는 관심조차 없는 것,권한을 골고루 부여하지 않은 것,큰 꿈에만 사로잡혀 단기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조직에 보수적인 세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혁신에만 몰두하는 것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위기의 일상화'다. 이 말은 '연일 법석을 피우며 부산한 대책 회의를 열라'는 게 아니다. 구성원의 긍정적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의 데이터,인물,정보를 동원해 경각심을 부추기는 '진정한 위기감'을 조성해 기업 문화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동시에 '소기의 성과'를 지향하고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보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라.말을 꺼낸 즉시 행동으로 옮겨라.위기가 기회라는 교훈을 증명하라.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반응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저자의 35년 컨설팅 경험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재직하며 분석한 다양한 사례가 녹아 있다. 그가 창안한 변화 관리 8단계 프로세스는 이미 코카콜라 GE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전 세계 400여 기업에서 '성공적 위기 관리와 매출 성장'으로 그 성과를 입증했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