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구식이에요. 음악도 감수성도 낡았잖았요. "

제주도의 바람에 반해 제주도로 유학간 소년 둘,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쥔 모던 포크듀오 재주소년(박경환 · 25,유상봉 · 26)이 군 제대 후 첫 콘서트를 11일 저녁 서강대 메리홀에서 개최한다. 공연은'소년,소녀를 만나다 PART4'와 '출항,낮과 밤'이라는 타이틀로 두 번 열리는데,두 공연은 각각 완전히 다른 레퍼토리와 이야기로 꾸며질 예정이다.

2003년 1집 앨범 《재주소년》이 나왔을 때 '포크의 귀환'이라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그들이 올초 청년이 되어 돌아왔을 때 팬들의 기대는 컸다. 그들은 이제 '귀한 음악'이 돼버린 포크송을 고집스럽게 부르는 '별종'들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인 두 사람은 중학교 3학년 때 서로의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알아봤고,기타를 배우며 작곡을 시작했다. 이렇게 2~3년 동안 차곡차곡 만든 곡들을 '가내수공'방식으로 집에서 녹음해 음반사에 돌린 게 '재주소년'의 시작이었다.

재주소년(才州少年)은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붙여준 이름이다. 김민규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박경환과 유상봉에게 재주가 많다는 의미의 재(才)와 당시 제주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뜻의 주(州)를 더해 팀명을 지어줬다고.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첫사랑이 떠오른다. 눈만 마주쳐도 얼굴이 빨개지고,비오는 날 밤이면 깨알같은 손글씨로 편지를 써내려가던 수줍었던 시절의 기억이 살며시 되살아난다. 1집에 있던 '이분단 셋째줄''귤'은 삐걱대는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어린 시절의 학교로,'명륜동''눈오던 날'은 아련했던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데려간다. 현을 타고 흐르는 선율이 봄의 나른함,여름 밤의 청량감,가을의 쓸쓸함,겨울의 코끝시림까지 사계절의 감성을 선물한다. 억지 기교가 없는 이들의 연주는 듣는 이의 눈을 감기더니,이내 손끝을 까딱거리게 만든다.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했을 뿐인데 시대와 유행이 우리를 오히려 '개성있는 듀오'로 만든 셈"이라고 말한다. "가끔 친구들이 '다른 음악처럼 좀 세게 불러라,너무 조용해서 잘 안들린다'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

그러나 재주소년이 포크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일상에서 지쳐가는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02)747-1252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