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고픈 애벌레' 공연위해 한국 찾은 짐 머로우 감독
짐 머로우 감독 "무대가 여유로우면 관객은 영리해지죠"

캐나다 남동쪽 끝의 작은 도시 노바스코샤.인구 90만명의 농촌도시가 지난해 중앙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문화 수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이 시골마을엔 어느 도시에도 없는 요술램프가 하나 있다. 바로 1972년 설립된 어린이극 전문극단 머메이드시어터.이 극단은 지난 40년간 80여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북미 최고의 어린이 극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머메이드시어터의 한 해 예산은 150만달러(약 22억원).이 중 80%는 공연수익이고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통상 예산 대비 110~120%의 수익을 낸다. 일본 호주 영국 아일랜드 홍콩 마카오 한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이 극단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배고픈 애벌레》(12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홀) 내한공연을 위해 오리지널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머메이드시어터 예술감독 짐 머로우씨는 "화려하고 시끄러운 공연과는 다르게 순수성에 집중하는 게 머메이드시어터 공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정직하기 때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 공연보다는 훨씬 더 어렵죠.세계 어디를 가나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울거나 다른 짓을 하거든요. "

세계적인 동화의 거장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에릭 칼의 작품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는 머메이드시어터의 공연은 느리고 단순한 게 특징이다.

머로우 감독은 "단순한 스토리지만,한 장면 한 장면이 느리게 넘어가는 틈에 아이들은 상상을 하고 옆에 앉은 친구,부모와 대화를 나눈다. 많은 장면을 쏟아내면 결국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 셈"이라며 "무대가 바쁘면 관객을 둔하게 만들고,무대가 여유로우면 관객은 영리해진다"고 말했다.

보통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우선 동화의 원작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작품을 공연으로 만드는 게 결정되면 밑그림을 그리고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듯 각 장면을 구상한다. 이 모든 작업은 그의 몫이다. 그는 "동화를 수십 번 읽으며 친해져야 한다.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10번 이상의 수정을 거친 후 리허설을 한다"고 말했다.

문학 작품을 토대로 상상을 해 그림을 그리고,그 그림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토털 아트'인 셈이다.

머로우 감독은 "맛 좋은 음식을 서빙하는 레스토랑에 손님이 넘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만든 공연에 단골이 있게 마련"이라고 머메이드시어터의 공연 철학을 설명했다.

글=김보라/사진=강은구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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