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경내지를 자연공원법에 의한 국립 · 도립 · 군립공원에서 해제하라!"

대한불교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을 비롯한 스님 1500여명이 2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이렇게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전국 본 · 말사 주지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의 수많은 명산들을 자연공원으로 지정 · 이용하는 과정에서 역사성과 문화,종교 등 정신 문화적 가치가 배제되고 단순한 자연생태 환경으로만 치부되고 있다"며 사찰 경내지의 공원 지정 해제와 문화유산법(가칭) 제정 및 문화유산지역 지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결의문을 통해 문화유산 지역과 종교활동 지역이 아니라 국유지 가운데 순수 자연 · 생태지역을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것,산림형 국립공원은 산림청에서 전담할 것,자연공원법 · 도시공원법 · 개발제한특별법 · 전통사찰보존법 · 문화재보호법 등에 의한 사찰 중복규제를 해소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불교 규제 법령을 철폐하고 일원화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서울 시청 앞에서 범불교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국 사찰에 대한 출입 통제와 산문폐쇄 등도 단행할 것이라며 공청회,토론회,서명운동 등 대국민 홍보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이 이처럼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진 것은 환경부가 10년마다 자연공원 구역을 조정하는 올해 종단의 묵은 과제를 해결하도록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지관 총무원장은 "종단의 100여개 전통사찰 중 상당수가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불교의 본래 사명을 펼치는데 지장이 많다"며 "올해를 놓치면 공원법 개정이 어려워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그동안 "정부가 방대한 사찰 소유지를 40년 동안이나 국립공원으로 묶어 임의로 사용하면서 어떤 협의나 보상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사찰의 종교 · 문화유산과 주변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면 경내지를 공원화해 관광지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해 보전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사찰 환경이 등산로나 야영장,케이블카 등으로 무제한 제공돼 종교 활동과 문화유산 보존,자연자원 보존에 관한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자연공원에는 사찰경내지 뿐만 아니라 각종 사유지가 포함돼 있어 조계종의 요구만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공원에서 사찰 소유지의 비중이 너무 커 섣불리 해제할 경우 자연공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환경부는 그러나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조계종과 머리를 맞대고 장 · 단기 검토사항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