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예술이 런던 경매시장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미술품 경매회사 런던 크리스티가 1일(현지시간) 런던 킹스트리트경매장에서 처음 실시한 '색다른 한국 사진'경매에서 한국 작가 17명의 출품작 17점 가운데 9점(배병우 정연두 이상현 백승우 배찬효 김인숙 김준 정연두 데비한)이 대부분 추정가 범위에서 낙찰됐다. 이번 경매에서 한국 작품의 낙찰률은 53%,낙찰 총액은 2억원에 머물렀다.

크리스티 런던 사진경매 도록 표지에 등장했던 김인숙씨의 '토요일 밤'이 추정가 (5200만~7300만원) 범위인 6700만원(수수료 포함)에 팔려 한국 출품작 가운데 최고가,전체 출품작(122점) 중 2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의 작품은 2~3m 크기의 대작으로 고층 아파트의 각 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현대인의 관음증을 담아냈다.

또 배병우씨의 작품 '소나무'는 응찰자 경합 끝에 6200만원에 팔려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를 과시했다. 안개 낀 소나무 풍경을 찍은 이 작품은 화면 속에서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을 잡아내 양과 음의 대비가 가져다주는 단순함의 미학을 몽환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상 작품이 팔려 주목을 받아온 정연두씨의 '로케이션'시리즈는 1040만원에 팔렸다. 이번 사진경매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 작가 리처드 아베돈의 작품 '라타샤킨스키와 뱀'이 9800만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사진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국 유럽 컬렉터들이 시장을 어느 정도 떠받쳐주고 있어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