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요. 선생님,술 사주세요. " "술? 무슨 술이야,대낮부터."(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유지태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제자들과 나눈 대화)

질문=감독님 영화 속에는 술자리 장면이 베드신만큼 자주 나옵니다. 제가 세어 보니 아홉 편에서 마흔두 번의 술자리가 펼쳐지더군요. 이만하면 술자리 설정을 애용하신다고 해도 되겠죠?

홍 감독=영화적 살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히 술자리가 떠오릅니다. 디테일은 짜내는 듯한 느낌으로 만드는데,사실적이고 재미있으며 의외로 여겨지는 것들을 짜내면 좋은 디테일이 되는 거죠.이때 술자리가 무척 유용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동진 영화전문기자가 홍상수 감독과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이씨는 홍 감독뿐만 아니라 '괴물'의 봉준호''다찌마와 리'의 류승완,'쌍화점'의 유하,'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등과 10여 시간씩 가진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감독론이다. 그가 감독의 영화 속 대사에서 끌어낸 질문들을 던지고 감독이 답변하는 형식이다. 이로써 관객들이 감동하고 열광한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감독의 숨은 의도를 짚어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