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압구정 다이어리'서 '청담동 홍반장'
이진성 "'청담동 호루라기' 복귀신고합니다"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33)이 미국 무전 여행을 마치고 2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로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와 함께.

"'청담동 호루라기'라는 별명이 싫었고 그것을 떼버리려고 2007년 9월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어요. 그때는 연예계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어요."

실제로 만나본 이진성(33)은 한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극대화됐던 '한량'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생활력이 강한 잘자란 청년이었다.

소매치기를 쫓아가 잡아 서초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장도 받은 용감한 시민이기도 했다.

이진성이 방송에 데뷔한 것은 1999년 5월7일. 친구들과 자신의 생일 파티를 즐기던 그는 절친한 후배인 가수 싸이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여의도 KBS로 향했다.

그리고 KBS 2TV '야! 한밤에'의 '보고싶다 친구야' 코너를 통해 얼결에 매스컴을 탔다.

"싸이의 초중고 1년 선배예요. 동네 형이고요. 싸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날도 그런 줄 알고 생일 파티 도중 뛰어갔는데, 술 취한 상태에서 방송에 출연하게 됐죠."

그날 재기 넘치는 입담으로 방송 관계자들을 사로잡은 그는 2002년 다시 싸이의 부탁으로 MBC TV '천생연분'에 출연하면서 '청담동 호루라기'라는 별명을 얻게됐다.

호루라기를 불며 춤을 추는, 싸이의 청담동 친구로 그의 이미지가 각인된 것은 그때부터.
이진성 "'청담동 호루라기' 복귀신고합니다"
"전 사실 나이트클럽도 자주 가지 않았어요. 한 번 놀면 잘 놀지만 자주 놀지는 않았는데 방송에서는 제가 노는 이미지로 부각돼야 재미있으니까 계속해서 과대 포장을 했고, 전 그게 싫었지만 어린 마음에 화려한 생활과 자고 일어나면 통장에 돈이 들어와있는 것에 젖어 계속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어요."

하지만 당시 그의 본업은 스케이팅 선수였다.

1994~1996년 스케이트 주니어 국가대표로 뛰었을 정도로 실력을 자랑했던 그는 1998년까지 현역에서 뛰었고 2004년까지는 지도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빙상협회 서울지부 이사 직함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유학 다녀와 지도자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얼결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면서 방향이 틀어졌죠. '난 연예인이 아닌데…'라면서도 '어, 어' 하다가 어느새 연극, 영화,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됐어요. 남들이 '청담동 호루라기다!'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그러면서 연기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그는 그동안 영화 '그놈이 멋있었다'와 '까불지마', 드라마 '루루공주', 시트콤 '논스톱' 등에 출연했고, 2007년에는 MBC TV 일일극 '나쁜여자 착한여자'에 이벤트회사 사장으로 6개월간 얼굴을 내밀었다.

그사이 음반도 한장 냈다.

하지만 영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아 '나쁜여자 착한여자' 이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는 미국에서 식당 설겆이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긴 여행을 했다.

"나이 먹으면 못할 것 같았고 인생의 전환점을 삼고 싶어 떠났어요. 연예계는 안 돌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는 형과 동업해 청담동에 식당을 개업해놓고 갔어요."

그런 그가 지난 5월 귀국해 활동 재개를 택했다.

그는 내달 17일 시작하는 tvN 드라마 '압구정 다이어리'에서 '청담동 홍반장' 역을 맡았다.

"미국에서 최진실 누나의 부음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어요. '나쁜여자 착한여자' 때 누나가 정말 예뻐해줬거든요. 누나가 저를 여기저기 관계자들에게 인사 시켜주시며 '잘하라'고 했던 일들이 생각나면서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인연 때문인지 그는 고(故) 최진실의 전 매니저와 손잡고 일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26일 누나의 묘지에 가서 '잘하겠다'고 인사를 하고 왔어요. 이제부터는 정말 다부진 각오로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어요. 연기자 이진성의 새출발 기대해주세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