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 · 광릉 · 태릉 · 영릉 등 조선 왕릉 40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회의에서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리도록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석굴암 · 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종묘,창덕궁,수원 화성,경주역사유적지구,고창 · 화순 · 강화 고인돌 유적,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에 이어 아홉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기 위해 다음 달 12일까지 조선 왕릉을 무료 개방키로 했다.

◆조선왕릉,무엇이 강점인가=세계가 조선왕조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했다. "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유교적 ·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 및 조경양식,조선왕조 초기부터 현재까지 왕릉에서 행해지는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점,조선왕릉 전체가 정부에 의해 통합적으로 보존 · 관리되는 점 등이다.

왕릉과 개발구역 사이에 완충공간을 두고 왕릉 전체를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강력하게 보호 · 관리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따라서 조선왕릉은 500년 왕조의 모든 왕과 왕비의 능이 온전히 남아있는 세계 유일의 사례로서 독자적인 문화,자연과의 조화,거의 완벽한 보존 및 관리,왕릉의 광대한 수목 등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올 A'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관광객 크게 늘 듯=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적 자부심과 함께 적잖은 관광수입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제주도의 관광객이 20% 증가한 사실은 좋은 사례다. 베트남의 경우 하롱베이가 199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10년 만인 2005년 연간 관광객이 이전의 6.4배인 15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조선왕릉이 있는 구리(동구릉),서울,영월(장릉 · 단종의 능) 등 지자체들의 기대감이 크다. 9기의 조선왕릉이 밀집한 동구릉의 세계유산 등재를 맨 처음 추진했던 구리시는 동구릉 일대를 '조선왕조 역사교육특구'로 조성할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기고 있다. 구리시는 2013년까지 972억원을 들여 15만㎡ 규모의 조선왕조 역사공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단종의 애사(哀史)가 깃든 장릉이 있는 영월도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날 꿈에 부풀었다. 매년 장릉에 제향을 올리는 단종문화제와 단종국장(端宗國葬)을 치르며 관광객을 연간 20만명으로 끌어올린 영월군은 2010년까지 30억원을 투입해 장릉 일대에 '역사의 숲'을 조성하는 사업도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다.

◆철저한 보존 · 관리가 관건=문화재청은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 등 한국의 역사마을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등재된 유산의 보존 · 관리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독일의 '엘베 계곡'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예가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대로 태릉 사격장과 선수촌 철거와 의릉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철거,서오릉 서쪽 건물 환경 개선 등의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또 선릉 · 헌릉 · 의릉 등 개발지역과의 완충공간이 축소된 곳의 능역 원형 복원 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