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의 세계적 거장 '에릭 칼'의 세 가지 동화로 엮은 어린이 영어극 《배고픈 애벌레》의 캐나다 오리지널 팀이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7월12일까지)에서 내한 공연을 갖고 있다. 관람객들은 동화책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가족극'을 한다기에 따라간 아빠들.막상 공연장에 가면 '또 속았네'라며 5분 내로 잠들어 버리던 그들도 이 공연을 보면 눈동자를 반짝거릴 수밖에 없다.

화려한 무대나 시끄러운 음악 때문이 아니다. 온통 검은색 배경에 피아노 반주가 전부지만,나긋나긋한 영어 내레이션은 집중도를 높인다. 방금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것같은 아름다운 형광 색감의 동식물들이 섬세하게 움직인다. 무대에서 얼굴은 보여주지 않지만,인형들의 움직임만으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가늠할 수 있다.

이 공연의 속도는 눈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는 속도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영상과 소리에 지친 어른들은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이야기를 떠올리고,아이들은 동화책 속에서나 보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일 때마다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하고 호기심을 품게 된다. 교육적 메시지도 빠질 수 없다. 자연의 신비에서 배우는 자아에 대한 소중함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교훈이 된다.

공연이 끝났다고 자리를 뜨지 마시길.마지막 15분을 놓치면 안 본 것만 못하다. 이 공연을 신비롭게 만든 '블랙라이트 기법'이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됐는지 캐나다 배우들이 직접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카멜레온의 혀가 어떻게 나온거예요?" 엄마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먼저 손을 들고 질문하는 불상사(?)도 더러 있다고.(02)559-1333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