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개관 특별전

서울 강남의 유명 중국음식점 '만리장성'이 있던 자리에 박물관이 들어섰다.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과 함께 국내 3대 사립박물관으로 꼽히는 호림박물관의 운영주체인 성보문화재단(이사장 윤장섭)이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의 옛 만리장성 자리에 '강남분관'을 냈다.

정식 명칭은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상업용 빌딩인 삼오빌딩(15층), 그리고 근린생활시설인 3층짜리 빌딩과 한데 어우러진 신사분관은 5층 건물로, 2-4층을 상설전시실로 쓴다.

성보문화재단은 이들 건물을 뭉뚱그려 '호림아트센터'라 부른다.

오는 19일 정식 개관에 맞춰 신사분관은 호림박물관이 자랑하는 고려청자 특별전을 연다.

상설전시실 3개층을 모두 사용할 이번 전시에는 고려청자 특유의 형태와 빛깔, 문양을 대표하는 명품 170여 점이 선보인다.

질과 양 면에서 이만한 규모의 고려청자 전시는 흔하지 않다.

전시품 중 압권은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청자상감모란운학문귀면장식대호'(靑磁象嵌牧丹雲鶴文裝飾大壺)라는 13세기 무렵 고려청자다.

이 이름은 '청자/상감/모란ㆍ운학문/귀면/장식/대호' 정도로 끊어 읽어야 한다.

청자 중에서도 모란과 구름을 노니는 학 그림을 상감 기법으로 그려넣고, 도깨비를 연상케 하는 동물 형상을 장식한 큰 항아리라는 뜻이다.

이런 명칭에서 주의할 것은 큰 항아리를 의미하는 '대호'(大壺).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大'자를 붙였을까?
호림박물관은 크기로만 보면 이 도자기가 '한국 챔피언'이라고 한다.

지금껏 알려진 고려청자 중 가장 크다는 것이다.

높이가 48.0㎝에 몸통 최대 지름은 약 50.0㎝에 달한다.

높이와 너비가 대략 1 대 1 비율인 셈이다.

조선시대 백자대호(일명 달항아리) 높이가 대체로 45㎝ 안팎인 점과 비교하면, 고려청자로는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려청자로는 매우 드물거나 알려지지 않은 향로(香爐)ㆍ장고(長鼓)ㆍ도판(陶板)ㆍ난주(欄柱) 등도 대거 선보인다.

호암미술관과 함께 사립박물관으로는 국가지정 문화재가 가장 많다는 강점을 살려 1540호 청자표형주자(덮개갖춤.12세기), 1451호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형주자(13세기) 등 보물 6점도 전시된다.

감상은 4층에서 시작해 3층과 2층으로 내려오는 순서를 택했다.

4층 제1전시실에서는 비색(翡色)을 띠는 순청자(純靑磁)를, 3층 제2전시실에서는 고려청자의 대명사인 상감(象嵌)청자와 자유분방하며 참신한 개성미를 느낄 수 있는 철화(鐵畵)ㆍ퇴화(堆花)청자를 감상한다.

2층 제3전시실은 작은 청자그릇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