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 확인 전 전시는 무책임" 비난 대두

연세의료원이 지난해 12월 기증받았다가 위작논란에 휩싸여 전시를 보류했던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최근 진품 확인 없이 세브란스병원 로비에 내걸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의뢰해 작품의 진위를 가린 뒤 전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시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6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에서 제막식을 하고 지난해 12월29일 아트딜러 정모씨가 박 화백의 작품이라며 기증한 가로 91cm, 세로 53cm 크기의 `떡 만드시는 어머니' 그림을 전시했다.

의료원은 이 작품과 함께 정씨가 이후 추가로 박 화백의 작품이라며 기증한 가로 92cm, 세로 53cm 크기의 `춤추는 농부들'이란 유화 작품도 함께 내걸었다.

지난해 기증식을 하기도 전에 불거져 나온 작품에 대한 위작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를 강행한 것이다.

과학감정 전문가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당시 정씨가 이 작품을 기증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접촉하던 과정에서 해당 기관의 의뢰를 받아 감정했다고 밝히면서 "도상 및 물감 분석 등을 통해 위작 판정을 내렸다"며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의료원 측은 일단 정씨로부터 작품을 받고서 감정작업 등을 거쳐 전시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마땅한 감정기관을 찾지 못해 작품 전시를 미뤄왔었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감정기관 몇 곳과 접촉해 작품의 감정을 의뢰했지만 박 화백의 다른 작품인 `빨래터'에 대한 위작 논란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라서 그런지 현재는 감정이 곤란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의료원 측이 많은 환자와 일반인이 오가는 공공장소에 사실 여부도 감정받지 않고 박수근 화백의 이름과 함께 작품을 전시한 것은 너무 성급했을 뿐 아니라 무책임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원 측은 기증자의 뜻을 헤아려 여러 사람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전시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