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뜨는 숙박업소 모델이 '부티크 호텔'이다. 2000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최초의 부티크 호텔인 허드슨호텔이 개장한 후 멋진 인테리어와 외부 전경을 자랑하는 부티크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뉴욕의 멋쟁이들이 즐겨 찾는 소호의 '톰슨 60'이나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파리의 '3rooms',도쿄의 명물 '클라스카' 등은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잡았다.

반면 '디자인 수도'를 추구한다는 서울에는 딱히 내놓을 만한 부티크 호텔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끼워 넣자면 파주 헤이리에 있는 '모티프 원'이나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제주 '보오메꾸뚜르'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해외 부티크 호텔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것은 주인장의 따뜻한 인정과 아기자기한 우리 산야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펜션이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펜션의 양과 질에서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약 10년 전부터 하나둘씩 생기던 펜션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1박2일 국내 여행이라면 호텔,민박보다 자연스럽게 펜션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을 뒤진다. 가족 여행에서부터 직장 내 워크숍에 이르기까지 테마별 펜션 명소를 추천한다.

◆가족 여행을 위한 펜션

가족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주변의 볼거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추천할만한 곳이 바로 강원 평창에 있는 '몬티첼로'(www.monticello.co.kr)다. 독일식 당당한 건물 외관을 자랑하는 몬티첼로의 가장 큰 장점은 펜션에 어린 아이들도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이 있다는 것.또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기념관,허브나라 등 산교육의 터전이 주변 곳곳에 있다. 4인 가족 주말 요금이 15만원대로 비슷한 컨셉트의 '휘겔하임'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충남 안면도의 '나문재'(www.namoonjae.co.kr)도 가족 여행을 위한 최적의 펜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드넓은 자연 생태숲은 나문재의 자랑거리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여느 해외 부티크 호텔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다만 4인 기준으로 주말 요금이 30만원에 달해 다소 비싼 게 흠이다.


◆젊은 커플 여행을 위한 펜션

강원도 강릉 근처에 있는 '마이대니 펜션'(www.mydanny.co.kr)은 '노벰버'와 '코지하우스' 등 젊은층 사이에 이미 유명세를 탄 펜션그룹의 막내 동생쯤 되는 곳이다. 이 펜션은 푸른 동해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테라스에서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주변에 낙산사,남애항 등 관광명소가 많아 드라이브를 겸한 짧은 여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동해안을 따라 쭉 펼쳐져 있는 7번 국도는 경춘국도와 더불어 가장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의 '제인핀 펜션'(www.janepin.com)에서는 동화의 한 장면처럼 꾸며진 룸들이 환상적인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다. 사전에 연락만 하면 룸파티,가든파티 등 파트너를 사로잡을 수 있는 '사전 모의'(?)를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고.가격은 2인 기준 20만원 내외.

국내 최고의 일출을 감상하고 싶다면 강릉의 '해맞이하우스'(www.sunrise-house.com)를 방문해 보자.특급 호텔에 버금가는 모던풍의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거품 목욕을 하면서 보는 장엄한 일출 장면은 평생 남을 추억이 될 만하다. 주말 요금은 20만원 안팎이다.

◆중년 · 노부부를 위한 펜션

일본의 독특한 숙박 형태인 '료칸'보다 훨씬 고풍스러운 멋이 깃든 곳이 바로 경북 안동의 고택들이다. 펜션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어폐가 있지만,'치암고택'(www.chiamgotaek.com)은 고즈넉한 풍경이 심금을 울린다. 5인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사랑방이 10만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하회마을 등 주변의 볼거리도 많다. 물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펜션에 비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건물 자체가 문화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로맨스 그레이를 꿈꾼다면 '베니스하우스'(www.venicehouse.co.kr)를 생각해볼 만하다. 강릉에 있는 이곳은 중세 유럽의 황실 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주말 26만원을 호가하는 복층형 '나폴리'룸에 머물 것을 '강추'한다.

◆워크숍을 위한 펜션

최근 경기도 가평군에 문을 연 '인스타랩'( www.instalab.co.kr)은 직장 워크숍을 개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 중 하나다.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와 편리한 회의장,외부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은 없던 애사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하다. 25명이 사용할 수 있는 A타입과 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B타입 등 인원에 따라 탄력적으로 예약할 수 있다.

김현태 패션 컬럼니스트 ·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패션 수석 에디터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