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편집증,수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요양원을 배경으로 환자들의 현실과 환상을 '극중극'의 중첩적 구성으로 풀어낸 정통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29일부터 6월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극단의 '마라,사드'와 6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미추의 '템페스트'가 그것.

'마라,사드'는 혁명과 자유의 사상 대결을 그린 화제작이다. 마라는 구시대의 썩은 관습을 뿌리 뽑고 세상을 개혁하려 했던 혁명적 사회주의자.반면 작가 사드는 피로 일군 혁명도 구시대의 관습으로 점차 변해간다는 주장으로 혁명의 무의미함을 일깨우려했던 탐미적 자유주의자다. 이들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담은 이 연극은 냉전기 동독에선 마라,서독에선 사드에 초점을 맞춰 각각 공연되기도 했다. 사드의 지도 감독에 따라 병원 환자들이 마라가 암살됐던 1793년의 역사적 사건을 음악극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극중극 형식에 따라 이야기는 사드가 존재하던 시대(1808년)와 마라가 암살됐던 시대(1793년)를 중첩해 보여준다.

사드와 마라의 대립 구도는 지금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출신 극작가인 페터 바이스 원작을 박근형씨가 연출했다. 출연진이 40명에 달하는 대작이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는 친동생의 배신으로 무인도로 추방된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힘을 얻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용서하고 화해하는 내용이다. 극단 미추의 손진책씨는 이 작품을 한국 요양원에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로 옮겼다. 요양원 후원행사의 하나로 '템페스트'공연을 준비하던 최씨에게 딸과 사위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