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46)은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주의 감독이다. 한때 영화평론가로 활동했을 정도로 해박한 이론가인 그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구원에 대한 문제를 성찰해왔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 넘기'를 시도하는 작가"라고 평가한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과 북의 경계 넘기이며,'올드보이'는 근친상간,'복수는 나의 것'은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경계 넘기로 풀이한다. 또한 이번에 수상한 '박쥐'는 인간이 그래도 되느냐를 묻는 인간의 경계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 아래 성장했으며 1982년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해 영화 동아리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1988년 유영진 감독의 영화 '깜동'에 연출부 막내로 참여하면서 영화계에 뛰어든 이후 곽재용 감독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각본에 참여하거나 영화 번역 등을 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년)은 마니아층을 확보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1997년 김민종,이경영,정선경이 주연한 두 번째 영화 '삼인조'도 쓴 잔을 마셨다. 실패를 겪는 동안 영화음악 방송 DJ와 영화 칼럼 집필을 하면서 평론집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1994년)을 냈다.

스타감독으로 떠오른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였다.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이 영화는 583만명을 동원,그해 최고 흥행작이 됐고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하는 양적 · 질적 성과를 냈다. 이후 탄탄해진 입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놨다. 이른바 '복수 3부작'이 그것.신하균,배두나,송강호가 주연한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은 비평가들의 열광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그러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올드보이'(2003년)는 국내에서 300만명 이상을 동원했고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시아 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잡았다.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인 '친절한 금자씨'(2005년)도 제6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는 제작자로도 활동하며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로 호평을 얻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