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24일(현지시간)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 대상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하는 상.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두 차례나 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모두 8번 초청돼 본상 수상은 박 감독의 2차례를 포함해 2002년 감독상(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2007년 여우주연상(이창동 감독의 '밀양') 등 총 4차례로 늘었다.

박 감독은 수상 직후 "나는 창작의 고통을 모르고 창작의 즐거움만 안다. 그 즐거움이 영화를 만드는 동력인 것 같다"며 "두 편 흥행에 실패한 이후 오랜 세월 영화를 못 찍었는데 세 번째 영화 이후 지금까지 영화를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그 즐거움의 마지막 단계가 칸 영화제"라며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이자 최상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씨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1946년 칸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뱀파이어 영화인 '박쥐'는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이 흡혈귀가 되고,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드는 줄거리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가 재도약하는 데도 청신호가 켜졌다. 수상작은 마켓에서 가격이 뛰며 각국 흥행 실적도 끌어올리기 때문.그동안 20여 개국에 수출된 '박쥐'는 앞으로 수상 프리미엄을 업고 높은 가격에 팔릴 전망이다. 이날 현재 215만명을 기록한 국내 관객 수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박 감독의 수상에다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3등상을 받아 한국 영화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는 다른 한국 영화의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연쇄 범죄를 통해 파시즘의 실체를 파헤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에 돌아갔다. 심사위원 대상은 단순 절도범이 교도소에서 거물급 마약상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 프랑스 출신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가 차지했고,감독상은 부패 경찰과 매춘 조직을 그린 '키너테이'의 필리핀 출신 브라얀테 멘도사 감독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정신을 놓은 여성 역을 열연한 프랑스 배우 샤를롯 갱스부르,남우주연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차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서 나치 장교 한스 란다 역을 맡은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각각 받았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피시 탱크'는 박 감독의 '박쥐'와 함께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