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인사동 등 화랑가가 미술품을 되사달라는 컬렉터들의 환매 요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그림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이상현상이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환매사태가 나타나면 이를 바닥 징후로 본다는 점에서 미술시장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컬렉터 박모씨는 2007년 초 서울 인사동 A화랑 대표 장씨의 소개로 부산의 M화랑으로부터 이우환씨의 수채화 및 드로잉,권옥연 화백의 3호 크기 유화 등 3점을 90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미술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화랑 주인의 권유로 작품을 구입한 것.하지만 최근 그림 가격이 폭락하자 화랑 측에 환매를 요청해 가격 하락분 2000만원을 받아냈다.

미술품 애호가 이모씨는 구입한 미술 작품 가격이 떨어지자 화랑 측에 가짜 의혹을 제기해 구입 대금을 돌려받았다. 이씨는 작년 인사동 모 화랑에서 작고작가 김영주씨의 50호 크기 작품을 1500만원에 구입했으나 가격이 부풀려진 것을 뒤늦게 알고 환매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는 화랑 주인이 이를 거절하자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 찾아가 감정받은 '가짜'확인서를 내밀어 그림을 반환했다. 이에 대해 화랑 측은 "그림 가격이 떨어지자 이를 환매하려고 가짜 논쟁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영국 인기화가 데미안 허스트의 2007년작 '나비'(61×45.7㎝) 두 점이 '가격 뻥튀기'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청담동 B치과 원장은 기업인 부인과 갤러리 대표에게 속아 4억원 상당의 이 그림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7억원)에 샀다고 주장하며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소를 취하했다는 후문이다.

미술품 환매사태는 시장이 활기를 띠던 2006~2007년에 단기 차익을 노리고 미술품을 대거 사들인 초보 컬렉터와 화랑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박'을 기대하고 산 미술품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초보 투자자들이 매매를 알선한 화랑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시장 활황 때 재미를 봤던 화랑들이 환매 요구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며 "환매 논란이 미술품 유통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인홍 한국미술투자연구소장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미술품 투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책임도 크다"며 "미술품 환매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미술시장이 바닥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