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1,2편은 전세계 팬들이 최고의 SF시리즈로 꼽는 걸작이다. 미래의 터미네이터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날아와 미래의 저항군 지도자가 될 존 코너를 죽이려는 시도를 독창적인 액션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3편은 2편의 액션을 복제한 수준에 머물러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21일 개봉되는 '터미네이터4-미래전쟁의 시작'은 첫 두 편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미래버전 시리즈의 개막을 알리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채로운 액션으로 나름대로 볼거리를 갖춘 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에서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로 주인공을 교체한 것도 무난해 보인다.

영화는 핵폭발로 폐허가 된 2018년을 배경으로 기계군단 스카이넷이 지배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소수의 인간 저항군이 전투를 벌이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때마침 스카이넷의 비밀기지에서 탈출한 마커스(샘 워싱턴)는 기억을 잃고 방황하다가 카일 리스(안톤 옐친)를 만나 기계의 습격을 피해 함께 도망다닌다. 그러던 중 카일 리스는 로봇들에게 잡혀 본부로 이송되고,마커스는 저항군 캠프에 합류한다. 캠프의 리더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는 카일 리스가 미래의 중요한 인물임을 알고,마커스의 도움을 받아 구출작전에 나선다.

존 코너를 죽이려는 터미네이터 군단은 하나가 아니라 육 · 해 · 공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공세를 펼친다. 육상에서는 초대형 집게팔을 지닌 거인 로봇과 오토바이 형상의 로봇들이 추격한다. 하늘에서는 전투기 모양의 로봇이 공격하고 물속에서는 뱀 형상 로봇이 달려든다. 이들 터미네이터와 인간 저항군의 전쟁은 숨돌릴 틈 없이 박진감 있고 실감나게 그려졌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묵시론적 성찰은 뛰어나다.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스스로 진화해 핵전쟁을 일으키고,인류를 지배하는 참담한 미래상에 대한 경고가 그것이다.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