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설' 반박 "정조, 일중독ㆍ집작증 강해…病死"
"일 중독과 '욱'하는 성격,집착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

조선 정조가 노론 벽파의 핵심 인물 심환지(1730~1802년)에게 보낸 비밀어찰 297통을 담은 《정조 어찰첩(正祖御札帖)》 을 번역한 성균관대 안대회 · 진재교 교수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성대 동아시아 학술원이 정조의 어찰들을 영인 · 탈초(脫草 · 초서체 원문을 정자체로 옮김) · 번역하고 해제를 덧붙여 간행한 《정조 어찰첩》 영인해제본(상 · 하 2권) 및 보급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학계 일각에서 제기된 '정조 독살설'을 부정하고 다혈질적 기질과 성격,이에 따른 지병 악화가 정조의 사망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노론 벽파에 의한 '정조 독살설'에 대해 "정조의 건강은 지속적으로 나빠졌고 사망할 무렵에는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어찰첩에 나타나 있다"며 "정조가 독살됐다는 명확한 기록이 나오지 않는 한 《정조어찰첩》 《조선왕조실록》,김조순의 문집인 《풍고집》 등으로 볼 때 정조의 사망원인은 지병에 따른 병사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어찰첩'에는 정조가 스스로 자신의 병증을 진단하고 약제를 조절하는 등 자가 진단과 치료는 물론 의원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병을 치료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신하가 조금만 잘못 해도 버럭 화를 내는 다혈질에 '욱' 하는 성격,며칠이라도 비밀편지를 통한 정보 보고가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정보공백 불안증,밤새 여러 사람에게 동시다발로 편지를 보낼 정도의 집착증과 일 중독 등이 정조의 지병을 악화시켜 사망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 교수는 "'정조 독살설'은 당시 경상도 지역에서 잠시 대두된 소문에 근거한 이설(異說)일 뿐"이라며 "정조가 독살됐다면 '정치 10단'이라 할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한중록》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조 어찰첩》을 내용별로 분석한 결과 민감한 정치 현안의 처리와 자문(67건),인사문제(54건),중앙 정계와 산림의 여론과 동향 탐색(31건) 등이 많고 상소 · 차자 장계의 처리와 지시(41건),부정부패 척결과 정조의 관심사(19건),정조와 심환지의 인간적 관계(31건),정조의 건강상태(10건),조정 인사들의 인물평(15건),정조의 성격과 개성(11건) 등도 두루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정조 어찰첩》은 비밀편지를 통한 여론정치와 국정운영 방식,조선의 편지문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친필 원본 297건의 묶음은 그 자체로서 귀중한 문화재"라며 "실록을 비롯한 공식 기록들과 대조하며 편지들의 맥락을 하나하나 검토하면 다양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인본 25만원,보급판 3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