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젊은 연인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발렉이 무대에서 지휘봉을 올리자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이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환희와 열광이 가득한 사육제의 행진을 연상케하는 선율에 관람객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이날 국내 최초의 야외공연장으로 문을 연 '숲속의 무대' 개관기념 음악회엔 8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공연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개관기념으로 열린 제1회 '서울 오픈 에어'의 첫날 공연을 장식한 체코의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은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교향곡 9번 등을 연주했고,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과 무궁화,고향의 봄 등 우리 동요를 협연했다.

애인과 공연장을 찾은 김진아씨(28)는 "야외공연장에서 달을 쳐다보며 클래식을 들으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숲속의 무대'는 공연 때마다 공연 장비를 따로 설치하는 일반 야외공연장과는 달리 실내 공연장 수준의 음향, 조명 시설, 연습장을 갖춘 국내 최초 공연장이다. 1988년에 만들어진 어린이대공원 야외음악당을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98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것.이 공연장은 독일의 '발트뷔네'처럼 무대는 천막으로 덮여있고,8000석 규모의 계단형 좌석이 배치돼 공연과 피크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잔디가 깔려있는 무대 앞에서도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숲속의 무대'의 벤치마킹 대상인 '발트뷔네'는 독일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야외무대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매년 6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피크닉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국내에는 경기 수원시에 1만6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잔디밭 야외공연장이 있지만 공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몇몇 대학교 야외공연장도 공연 시설이 미흡하고 주민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반면 이번에 마련된 '숲속의 무대'는 공연 장비를 완비한 최초의 주민밀착형 야외공연장이다.

그러나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연을 지휘한 블라디미르 발렉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공연장과 달리 '숲속의 무대'는 연주 음을 스피커로 증폭시키기 때문에 악기 소리가 정확히 전달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공연장 규모가 8000석보다 작다는 지적도 있었다. 클래식 애호가 김정민씨(41)는 "발트뷔네의 객석 규모가 2만2000석이라고 하는데 '숲속의 무대'는 4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며 "발트뷔네처럼 압도적인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김성수 문화정책과장은 "첫 공연이라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공연장을 둘러싼 나무들의 흡음효과를 높이는 등 공연장 음향을 꾸준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숲속의 무대'에는 5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 6일부터 9일까지는 국악,타악 퍼포먼스,클래식 등의 '희망드림 콘서트'가 이어진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