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막걸리에 과일을 섞은 '칵테일 막걸리'를 즐기는 여성들로 북적댄다. 이동막걸리를 생산하는 ㈜이동주조가 1993년 일본에 진출한 뒤 서울막걸리와 국순당 등이 잇달아 수출에 나서면서 막걸리가 한류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막걸리는 4891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금액으로도 53% 늘어난 403만달러(약 60억원)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관세청 자료).

해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맛뿐만 아니라 '이야기 안주' 덕분이다. 국순당은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잡고 '고시레 막걸리'를 개발해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 이야기에 '다양한 재료'가 활용되면서 막걸리 스토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매생이와 배 · 누룽지 · 포도 막걸리도 선보였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처럼 '벌컥벌컥'이 아니라 달달한 과일주스 등을 타서 '홀짝홀짝' 마신다. 막걸리와 맥주를 반반 섞은 '하프 앤 하프'('막맥')에 이어 '막사'(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것),'막오'(오렌지주스를 혼합한 막걸리),'막카루'(우유탄산음료),'막링'(사과주스),'막거'(거봉주스)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이동막걸리를 만드는 이동주조에는 일본 관광객과 여행사의 견학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일본 여성이 서울에서 포천시 이동면까지 70㎞ 거리를 혼자 택시를 타고 찾아온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높다. 일본에서 막걸리 한 병 값은 1500엔(2만2000원).한국산 소주 한 병이 1000엔(1만5000원)인 것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막걸리는 미국과 동남아 등 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정부가 쌀 원가 대비 8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내는 막걸리 산업에 주목하고 수출 물류비 보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 다행이다.

국순당의 '백세주 신화'도 마찬가지.조선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 백세주' 설화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한 것.구기 백세주를 먹어 늙지 않는 '젊은 아버지'가 80세에 낳은 '노인 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포스터로 '건강주' 이미지를 강조한 게 주효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