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에 들기 전 부처가 남긴 최후의 가르침은 '자신과 법(法 · 가르침)을 등불로 삼으라(自燈明 法燈明)'였다. 최근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에 추대된 설정 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외형의 등불을 켜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스스로 등불을 밝히고 가르침을 실천하느냐는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불서(佛書)들 중에서 마음에 걸어둘 연등을 골라보면 어떨까.

우선 수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들이 풍부하다.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이자 불교방송 프로그램 '당신이 주인공입니다'의 진행자 월호 스님이 쓴 《문 안의 수행 문 밖의 수행》(불광출판사)은 선불교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 손꼽히는 《육조단경》을 강의식으로 설명한다. 월호 스님은 "자성이 백지수표라면 불성(佛性)은 백지수표에 부처라고 쓰는 것,돈오(頓悟 · 단박에 깨침)는 디지털식으로 단박에 자기의 성품을 보는 것이고 점수(漸修 · 점차 닦음)는 아날로그식으로 몸과 마음을 꾸준히 닦는 수행"이라며 "문 안의 수행은 돈오문,즉 깨친 이후의 수행이며 문 밖의 수행은 아직 깨치기 이전의 수행"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광주 관음사 주지 법상 스님은 인터넷 수행상담 이야기 《기도하면 누가 들어주나요》(이솔)를 펴냈다. 실직을 걱정하는 가장,속 썩이는 남편 때문에 괴로운 아내,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외과의사,만병통치 기도법을 묻는 불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법상 스님은 이렇게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은 삶 전체를 놓치는 것이다. 매 순간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수행과 정진,마음공부의 핵심이다. "

불교계 주간 신문인 법보신문사가 만든 《수행문답》(운주사)에는 간화선,염불,절,주력,사경(寫經),호흡,위파사나,자비수관,사불(寫佛),정토선 등 다양한 수행법의 기본개념과 수행단계,구체적인 수행내용 등이 문답식으로 풀이돼 있어 수행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

불교의 교리에 대한 안내서도 다양하다. 영남대 김성규 교수는 무상과 무아,연기,삼법인과 사성제,중도와 팔정도 등 불교의 핵심 교리와 사상을 21차례의 강의로 풀이한 《부처님이 깨친 연기를 이야기하다》(자우출판사 · 이사금)를 출간했고,훤일규암 스님은 붓다가 설한 중도 · 연기에 관한 견해를 초기경전을 토대로 밝힌 《깨달음에도 공식이 있다》(민족사)를 내놓았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법화경을 강설한 《깊고깊은 연꽃 가르침》(사유수),생활 속의 금강경 독송법을 설명한 《금강경 독송의 이론과 실제》(정천구 지음),한탑 스님이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강설한 《황금의 수레바퀴》(본북)도 출간됐다.

불교 교리서가 어렵다면 수행 에세이나 고승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김광식 백담사 만해마을 연구실장이 쓴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새싹)는 호탕한 법문으로 세상을 흔들었던 덕숭산의 무애도인 춘성 스님(1891~1977)의 삶을 담았다. 소설가 백금남씨는 《참 좋은 인연입니다》(이른아침)에서 해인사 일타 스님의 일가 41명이 모두 출가 · 수행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의 에세이집 《나에게 가는 길-청소》(Y브릭로드),제운 스님이 직접 그린 달마도와 함께 선의 세계를 펼쳐보인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청년정신),30여년간 불경을 보며 수행해 온 황명찬 건국대 명예교수가 펴낸 불교입문서 《소리없는 소리》(지혜의나무)도 나와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