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브루스 리를 이기지 못하고 람보는 슈퍼맨을 이길 수 없다. "

세계적 비즈니스 코치인 스티브 챈들러가 점친 가상 대결의 승패다. 브루스 리는 불과 51㎏의 몸무게였지만 자신을 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지구상 최고의 무술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든 스며들고 어떤 것이든 수용해 버리는 물의 체질적 특성이 아놀드의 무쇠 근육보다 더 강한 파괴력을 지녔다는 말이다.

날아다니는 슈퍼맨이 총알을 사용하는 람보를 이긴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여기서 슈퍼맨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내면의 힘,람보는 성과를 강요하는 외적인 힘을 상징한다. 현대의 기업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좁은 시각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갇힌 사고'가 아니라 넓고 유연한 '열린 사고'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무간섭 경영》이 주문하는 혁신의 방법론은 고전적 의미의 리더상에서 한 걸음 앞서 있다. 직원들의 결점을 찾아내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써 관리자의 의도대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의 잠재 능력을 발견하고 격려함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내라는 것.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툴이 '내면의 삶 관리'라는 점에서 다분히 동양적이다.

"당신의 삶에서 손을 떼라.모든 짐을 다 지고 갈 수 없다.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누구인지,당신에게 실망한 사람이 누구인지,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부서가 어디인지를 기억하려 애쓰지 말라."

부정적인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간섭형 리더에게 '생각을 멈춰라'고 던지는 짧은 충고는 잠언처럼 빛나며 '나쁜 일들을 극복하려 애쓰지 말고 희망하는 좋은 일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일상의 등불로서 손색이 없다. 타인의 성공이 그들의 공헌과 기여에서 비롯됐다는 뒤늦은 깨달음은 살아 있는 교훈이며 남에게서 받기만 하다가 주는 사람으로 변신해 행복하게 사는 여사장 이야기 등 영혼을 깨우는 사례들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또다른 저자인 미국 주택업체 선코개발의 COO(최고운영책임자) 듀웨인 블랙도 무간섭 경영의 대표주자.세세한 지시 없이도 아랫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믿음은 소망을 낳고,소망은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한다. 믿음과 신뢰로 조직을 이끌다보면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읽고 야생화의 꽃잎 속에서 천국을 볼 수 있는' 창의적인 리더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