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를 쓴 소설가 박태원,한국 추리소설의 비조로 평가되는 《마인》의 김내성,시인 신석초와 모윤숙 등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학인들이 남긴 족적과 의의를 기리는 문학제가 다음 달 초부터 잇달아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서울시와 함께 '전환기,근대문학의 모험'이라는 주제로 '200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다음 달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1930년대 문학의 의의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신석초와 모윤숙론,김환태와 이원조의 순수문학 논쟁,개별 작가론을 다룬다.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서울 문학의집 · 서울 산림문학관에서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김내성의 《마인》을 노래,무용,낭독 등으로 꾸민 '문학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 작가별 심포지엄도 열린다. 다음 달 3~4일 이화여대에서는 '박태원 문학 심포지엄'이,7일에는 '영운 모윤숙 탄생 100주년 기념세미나'가 준비됐다.

10월 말 청계천 광장과 11월 6~20일 서울 부남미술관에서는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 청계천변을 무대로 삼은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소재로 삼아 중견 화가 민정기와 소설가 윤후명씨 등 11명이 그린 작품 전시회다.

이번 문학제에서 다루는 문학인은 김내성,김환태,박태원,신석초,안회남,이원조,현덕 등 8명이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1909년에 태어난 이들이 활동했던 1930년대는 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시기"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태어난 지 이듬해 대한민국이 식민지로 전락해 생애의 대부분을 식민지인으로 굴종한,불우하다면 불우한 세대인 이들이 공유했던 1930년대 문학은 문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편에서는 1930년대를 '순수문학의 황금시대'로 찬미했고 다른 편에서는 '탈이념의 수렁에 빠진 전형기(轉形期)'로 애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카프로 대표되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날카로운 긴장관계 속에서 우리 문학이 상호진화를 거듭한 시기"라고 1930년대의 의미를 평가했다.

문인들은 이런 흐름과 역사적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소설가 박태원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는 모더니스트로 출발해 식민지 말기에는 통속소설 및 친일소설을 창작했다가,해방 이후에는 월북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을 썼다. 평생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친일과 통속을 넘나든 셈이다.

소설가 안회남과 현덕,평론가 이원조도 월북을 택했다. 최 교수는 "이때 문학인들에게 월북과 월남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해 남쪽에 남은 모윤숙과 신석초조차 문학적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기에 《마인》 등 탐정소설을 활발하게 발표하며 우리 장르문학의 첫삽을 뜬 소설가 김내성 등의 새로운 시도도 있었기에 이번 기념문학제 주제를 '전환기,근대문학의 모험'으로 정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