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1층 전시장.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년)의 1986년작 '군상'은 민족통일의 염원을 살가운 조형언어로 풀어냈고,여기에 남관 화백(1911~1990년)의 1989년작 드로잉 '무제'는 가슴 한쪽에 숨겨둔 아련한 추억과 사랑을 감성적인 미감으로 응수한다. 두 작가의 아름다운 '동행'이 우리 시대의 미감과 교감하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봄 화단에 서로 닮은 듯하지만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견주어 감상할 수 있는 이른바 '짝짜꿍'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이응노-남관의 동행'전(5월10일까지)을 비롯해 '앤디 워홀-로이 리히텐슈타인'전(30일까지),'이종수-임동식'전(6월10일까지),'김현수-변웅필'전(26일까지),'이소연-장샤오강'(26일까지)과 '윤형근-도널드 저드'전(26일까지),'남홍-구사마 야요이'전(30일까지) 등이 대표적이다.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나 조형의 결과물에 있어 다른 분위기를 낸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 추상미술의 두 대가인 이응노 화백과 남관 화백은 서로 경쟁하며 친구가 된 사이다. 이 화백이 1973년 한 일간지에 '창작과 모방'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남 화백의 문자 작품이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게 아니냐는 뜻을 내비친 이후 두 사람 은 상당기간 동안 논쟁을 벌이며 예술적 동반자가 됐다. 다음 달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남 화백의 드로잉과 이 화백의 소품을 중심으로 100여 점이 걸렸다.

미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인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는 광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회화 및 판화 작품 13점과 앤디 워홀의 회화 및 판화 작품 37점으로 작품 수도 제법 많다. 또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별로 작품이 망라돼있어 작품 세계의 변화를 읽기에도 제격이다.

서양화가 임동식씨(63)가 대학 시절부터 우상으로 생각했던 도예가 이종수 선생(1953~2008년)을 기리는 정신적인 교류전도 눈길을 끈다. 이화익갤러리에 마련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이종수 선생을 위한 오마주'.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대전에서 30여년간 도자 작업에 매달리다가 타계한 이씨의 유작 21점과 독일 유학 뒤 자연과 함께하는 야외 설치미술 운동인 '야투(野投)'의 작가로 시골생활을 해온 임씨 유화 21점이 출품됐다.

이 밖에 재불 여성 화가 남홍씨(53)와 일본 팝아트 작가 구사마 야요이(80)의 2인전은 통의동 진화랑,작고 작가 윤형근과 미국 인기 조각가 도널드 저드의 '두 개의 대화'전은 청담동 조현화랑,둘 다 1970년생 작가로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한 '김현수-변웅필'전은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최근 화랑가에는 두 작가의 창작열과 감성이 아름답게 조화된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개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획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