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건축사학자 마크 기로워드는 《도시와 인간》에서 중세부터 현대까지 1000년에 이르는 도시의 역사를 문화사적 관점으로 조명한다.

그는 11세기 중세 도시의 부활을 이끈 콘스탄티노플에서 뉴욕과 런던,파리,베네치아,로마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역사와 문화의 속살을 들춰낸다. 그의 주제는 도시의 부활과 성공,팽창이라는 세 가지.

'도시의 부활'에서는 로마 쇠퇴 이후에도 여전히 번영했던 11세기 콘스탄티노플부터 중세 상업도시의 대표 격이었던 베네치아,제조업 도시의 상징인 브뤼헤를 살핀다. 중세 도시의 권력 체계와 일상생활도 보여준다. 상인들에 의해 부활한 도시는 교황과 절대왕정의 권력 아래 '성공'하면서 여가와 소비문화를 주도했고 커피하우스와 카페,공원,유원지,산책로,상점들을 낳았다.

'파리 전역의 카페에서는 활기차고 지적인 전문직 종사자들과 이들에 공감한 귀족층에 의해 계몽사상이 확산되고 그와 관련된 토론이 이뤄졌다. 볼테르,장 자크 루소,드니 디드로,장 르 롱 달랑베르,콩디야크 같은 계몽사상의 선구자들은 카페 프로코프와 카페 드 라 레장스에 출입했다.

파리에서 이 다섯 인물의 존재와 이들의 회합은 한 도시가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는가를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1780년대가 되었을 때 파리의 카페는 매우 정치적으로 변해 있었다. '

'도시의 팽창'은 맨체스터로 대표되는 19세기 산업도시와 함께 시작한다. 런던 교외에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빌라와 코티지가 지어졌다. 파리에선 대대적인 도시 정비가 이뤄졌으며 미국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탄생했다. 초고층 빌딩은 왜 생겼을까.

'뉴욕의 고층빌딩은 최대한의 상업적 수익을 얻기보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신문사,전신회사들의 본사 건물 등이 그러했다. 이 회사들은 각자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거나 판매량을 증대시키는 데 있어 높은 층수,화려함,인상적인 실루엣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뉴욕에서 마천루의 광고 효과는 계속해서 중요성을 띠어갔다. 1902년에 세워진 싱어 빌딩,1911년에 세워진 울워스 빌딩,1930년에 세워진 크라이슬러 빌딩의 실루엣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뒷부분은 이상적인 도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바빌론'으로 상징되는 대도시의 부정적인 측면,'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이상 도시'의 의미로 확산된다. '정원도시! 연기로 뒤덮인 도시에서 질식할 것처럼 좁고 더러운 거리에 사는 노동자들에게 그것은 얼마나 상쾌한 이름인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