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블루오션 전략'은 누가 뭐래도 히트 상품이다. 책이 출간됐던 당시 신문,방송 할 것 없이 연일 소개한 덕분에 삽시간에 핵심 내용들이 전파됐다. 단순히 유행이라는 말로는 열풍을 설명하기 어렵다. 도대체 이 책의 어떤 내용이 그토록 경영자들을 열광시킨 것일까. 해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기업들이 당면한 경쟁 상황을 레드오션에 비유해 제대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나 디즈니 사례를 들어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정작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품 카테고리는 의외로 많지 않다.

예컨대 슈퍼에서 우유를 사거나,매장에서 PC를 구입할 때,혹은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 적용되는 구매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구매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비슷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격이 할인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상품(commodity)'처럼 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 레드오션이다. 레드오션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들 사이의 차별화가 힘들다. 따라서 가격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제로섬(zero sum) 경쟁이 일어난다. 오죽했으면 IBM의 CEO조차 '혁신이 없으면 일상품 지옥'이라고 한탄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일상품 지옥,즉 레드오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value)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를 구입한다. 따라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들이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혹시 고객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아직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혹은 고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는 없는지.

책에 소개되고 있는 성공 사례인 사우스웨스트,스타벅스,CNN,세맥스 등은 각기 항공,커피,방송,시멘트 등 치열한 가격 경쟁이 난무하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즉 블루오션을 창조한 기업들이다. 역설적이지만 블루오션 열풍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열풍은 금세 식고 독자들이 쉽게 잊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은 반짝 베스트셀러보다는 꾸준한 스테디셀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