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협력 속에서 발전하는 새로운 지식 자원을 쌓기 시작하리라는 전망에 나는 낙관적이다. 온라인에 모인 지식 통합의 올바른 모델을 만나게 된다면 양질의 지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키는 엄청난 폭발이 있을 것이다. "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생어는 '미래에 대한 낙관'의 근거로 '인문학적 계몽'을 든다. 그는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대니얼 데닛(미국 터프츠대 석좌교수)으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낙관하는가?'(What are you optimistic about?)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진화의 다음 단계에서는 지식노동자들과 전문가의 친절한 안내를 받는 개방 커뮤니티들이 위키피디아나 또다른 협력기반의 '웹 2.0'방법들을 채택할 것이다. "

베스트셀러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처럼 "'당신은 무엇을 낙관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노트북을 열어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실재의 존재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도 낙관의 또다른 근거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데닛의 질문에 당대 최고의 석학 160명이 '더 나은 내일'에 관한 대답을 들고 나왔다. 이들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발견한 통찰의 결정체를 묶은 책이 《낙관적 생각들》이다. 이 책은 '세계의 지성들이 함께 그린 커다란 희망의 그림'(뉴욕타임스) 등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불안과 의혹의 시대,선례가 없는 규모로 세계의 지성들이 한데 모여 "우리의 내일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엮은이는 과학자와 사상가들 모임인 '엣지'의 발행인 존 브록만이다. 그는 '엣지'를 통해 매년 세계 석학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모아 '사고의 대통합'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국내에 번역된 《위험한 생각들》에서도 수많은 이슈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서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스티븐 코슬린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 지능이 엄청나게 향상될 것"이라며 '스마트 휴먼&스마트 소사이어티의 도래'를 예견한다. "인지신경학 등의 분야가 인간 두뇌의 독특한 신경체계를 발견했으며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키우기 위해 특정 운동을 하듯이 특정 두뇌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도 곧 개발될 것이다. "

뉴욕대 교수인 개리 마커스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인지과학 분야의 '상위인지' 개념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학생들에게 마음의 한계를 다루는 방법과 증거를 균형잡힌 관점에서 보는 방법,장기적 목표에 더 잘 어울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법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적 계몽'이 도래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른 세계에서 진화한 우월한 존재가 우리와 만나 답을 들려 주기 전에 우리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꿈을 완성하고 만물의 최종 이론을 발견하리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수십년 내에 노화를 충분히 지연시키고 100년 이상의 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학들의 대답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스탠퍼드대 생명과학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우리/그들의 이분법이 훨씬 더 약화할 것"을 낙관하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우리를 그런 방향으로 인도할 정치 · 종교 · 문화 지도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낙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대니얼 데닛의 분석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관건은 역시 지식이다. 지식에 대한 접근이 민주화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가치를 지닌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설계하는 방법과 시간,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