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부클리닉' 광고부진 탓 17일 막 내려

"저희는 불륜이나 이혼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절대로 아닙니다.10년간 제작진은 한결같이 이혼을 방지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부부간의 문제를 드라마로 표현하며 10년간 장수했던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17일 479회로 막을 내린다.

1999년 10월 출발했으니 정확하게는 9년 6개월간 생명을 이어왔던 이 프로그램은 한때 시청률이 20%를 안정적으로 넘어서며 스타들이 등장하는 여느 드라마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2007년부터는 시청률이 서서히 하락하면서 10~13%의 시청률을 유지해왔지만 이 역시도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 불황 여파로 광고가 급감하면서 최근 3~4개월 간 1~2개의 광고만 붙는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KBS의 봄 개편에서 폐지 대상이 됐다.

◇"소재 고갈? 소재는 넘쳐난다"
'부부클리닉'을 담당하는 KBS예능국의 박효규 부장은 "우리 프로그램의 폐지를 놓고 소재 고갈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결혼 스토리가 다양한 만큼 이혼 사유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의 소재는 결코 고갈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소재를 가정법원의 실제 판례를 통해 얻었지만 이것이 문제가 돼 곧 제보를 통해 얻기 시작했다.

현재도 '부부클리닉'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소재 제보란이 활발하게 가동 중이다.

'부부클리닉'의 경쟁력은 단막극의 제작비가 1억 원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그의 절반에 해당하는 5천만 원으로 만들어왔다는 데 있다.

하지만 광고시장 침체로 저비용 고효율을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박 부장은 "'부부클리닉'의 장점은 핫(hot)한 이슈를 적은 제작비의 드라마로 만들어 큰 효과를 내는 것이었는데 광고가 빠지면서 그 명분이 없어진 셈이 됐다"고 밝혔다.

◇윤정희, 장윤정, 이필모, 김희정도 거쳐가
10년을 이어오며 '부부클리닉'은 많은 연기자들의 일터가 됐다.

특히 KBS 공채탤런트들에게는 '부부클리닉'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다.

박 부장은 "출연자 중 4분의 3이 KBS 공채 기수였을 것"이라며 "또 이름이 알려지기 전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간 스타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무명 시절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대표적인 스타로는 윤정희와 이필모, 김희정 등이 있다.

또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도 얼굴이 알려지기 전 앨범 홍보를 위해 참여한 바 있다.

'부부클리닉'에 반복적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도 많다.

김혜령, 유지연, 민지영, 배정아 등이 ''부부클리닉'이 배출한 스타'로 떠올랐고, 김희정은 이 프로그램을 유심히 본 문영남 작가에게 발탁돼 SBS TV '조강지처클럽'에 캐스팅됐다.

박 부장은 "김희정 씨의 경우는 '부부클리닉'에서 연기력이 가장 뛰어났던 배우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중견배우 중에서는 조정위원장 역의 신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했으며 고인이 된 김흥기와 양미경이 초반 5년에, 이호재와 정애리가 후반 5년에 조정위원으로 출연했다.

◇"'부부클리닉'은 이혼 방지 프로그램"
'부부클리닉'이 탄생했을 때 여성단체들은 환영했다.

부부간의 문제를 공론화한 진보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이고 특히 약자인 여성의 입장을 잘 반영한다고 평가해 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혼을 테마로 다루다보니 '부부클리닉'의 단골 소재는 불륜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언젠가부터 '불륜을 조장하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실제로 이혼의 가장 큰 사유가 불륜이라 소재로 많이 다뤘다.

하지만 노골적인 불륜은 4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소재를 다뤘는데 불륜만이 부각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감동을 전해줘 시청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다.

제작진은 "잘못된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남편이 아내를 위해 이혼하겠다고 나선 경우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송된 적이 있는데 그때 홈페이지 게시판의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면서 "우리 프로그램을 늘 봐온 사람들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다 보는 사람들이 불륜 프로라고 매도한다"고 항변했다.

'부부클리닉'은 실제로 제작에 앞서 가정법률상담소와 신경정신과 의사 등으로부터 자문을 구해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 등에 반영하는 등 이혼 방지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는데 노력했다.

제작진은 "우리는 부부들이 파경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을 했다.

이혼은 마지막 선택이니 부디 한 번 더 생각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