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입 여성복 시장에 '세컨드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란 오리지널 브랜드의 이미지 ·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30~50% 낮춘 서브 브랜드다.

고객들의 지갑이 얇아진 요즘 고가 명품이 부담스러워진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1~3월 여성 캐릭터 캐주얼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 줄었지만 세컨드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은 45%에 달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세컨드 브랜드는 주로 명품에서 내놓는 '보급형 브랜드'가 많다.

'도나카란'의 'DKNY','마크제이콥스'의 '마크by마크제이콥스','마이클코어스'의 '마이클마이클코어스','캘빈클라인'의 'CK캘빈클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서브 브랜드로 대중화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세컨드 브랜드들은 오리지널 브랜드보다 매출이 30~70% 이상 높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격이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거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경우 지난달 CK캘빈클라인은 캘빈클라인보다 27%,마이클마이클코어스는 마이클코어스보다 65% 각각 더 팔렸다.

매출 신장률에선 전년 동월 대비 20~70%에 달해 오리지널 브랜드(-5~16%)를 크게 앞질렀다. 오리지널 브랜드 가운데 지난해 도나카란이 매출 부진으로 철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클코어스가 에비뉴엘에서 매장을 뺀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수입브리지(해외 명품과 국내 캐릭터 브랜드의 중간 매스티지급 브랜드)와 편집매장에서도 이 같은 '세컨드 브랜드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미국 브랜드 '질by질스튜어트'는 '질스튜어트'보다 가격을 30~40% 낮춘 세컨드 브랜드.

질스튜어트에서 40만~60만원인 원피스가 이 브랜드에선 20만~40만원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13개 매장에서 오리지널 브랜드보다 1.5배 많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이한 점은 '질by질스튜어트'가 한국과 일본에서만 판매된다는 것.두 나라에서 질스튜어트가 인기를 끌자 미국 본사가 세컨드 브랜드 운영권을 넘겨준 것이다.

이건우 롯데백화점 여성캐주얼 과장은 "세컨드 브랜드는 오리지널 브랜드의 감각과 품질을 그대로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 론칭 초기부터 쉽게 자리잡는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로 가격 부담을 줄이고,캐주얼 감성을 더해 젊은층에 인기"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세컨드 브랜드 편집매장'인 '스타일 429'를 지난 2월 선보였다. 50만~80만원대 제품을 판매하는 고가의 수입 편집매장과 국내 영캐주얼매장의 틈새를 공략,30만~60만원대의 알렉산더 왕 · 빈스 · 익스 · 멜리사 등 29개 수입 캐주얼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85.8㎡(26평) 규모의 매장에서 월 평균 1억6000만원을 올려,편집매장 중에선 매장 효율이 가장 높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