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 낙찰률이 70%를 넘어섰다.

소더비는 6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실시한 경매 결과 출품작 154점(한국 28 · 중국 104 · 일본 22점) 가운데 113점이 팔려 낙찰률 73.3%,낙찰 총액 855만달러(약 11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 낙찰률은 59.6%,낙찰총액은 1500만달러였다.

이날 경매에서 낙찰률은 올라갔지만 저가 작품만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면서 낙찰가격은 여전히 약세를 보였다. 작품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저가에 응찰,경쟁 없이 낙찰받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경우 장샤오강을 비롯해 웨민준 쩡판즈 등 '블루칩' 작가는 물론 왕광이,카이궈창 등 인기 작가 작품 등이 대부분 추정가 범위에서 낙찰됐다. 장샤오강의 얼굴 그림 '무제'는 추정가(51만~71만달러) 상단보다 낮은 62만1000달러에 낙찰됐고,웨민준의 '모자' 시리즈 역시 추정가(45만~71만달러) 범위인 58만달러,쩡판즈의 '마라트의 죽음'은 추정가(45만~58만달러)의 상한선인 58만달러에 각각 팔렸다.

한국 현대미술 역시 출품작 28점 중 21점이 팔려 낙찰률 75%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추정가 범위에서 낙찰돼 약세를 반영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유망 작가로 주목을 받아온 박서보,최소영,데비한,정지현씨의 작품은 유찰됐다. 해외에서 '예술전사'로 명성을 다져온 이불씨의 신작 '오토포에시즈'(8만달러)를 비롯해 신예작가 이현진의 '가을 달맞이'(6700달러),도성욱의 '빛'(3만2000달러)은 추정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의 'TV를 보는 부처'는 낙찰 예상 가격(10만~15만4000달)을 두 배 정도 웃도는 23만4000달러(약 3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이남씨의 영상 설치 작품 '신세계를 향한 한국'은 추정가 범위인 2만9000달러,권기수의 '사계절'(2만9000달러),이동기의 '거품'(2만900달러),이경미의 '책상위에서'(5600달러) 등도 추정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홍콩 미술시장에 미묘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금융위기로 인해 컬렉터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이 정도면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홍 한국미술연구소 소장은 "홍콩시장에 경기 불안감이 겹친 데다 해외 컬렉터들에게 아시아 미술품 투자를 자극할 요인이 없어 경합 없이 저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