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접대 문건 공개로 자살 원인 재수사
'유력인사' 상대 수사 '몸사린다' 비난도

탤런트 장자연(30)씨가 성상납과 술접대 등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장자연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지 7일로 한달을 맞는다.

경찰이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와 문건 안팎 수사대상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며 인터넷에서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유포되는 병폐를 낳기도 했다.

◇장자연 숨진 채 발견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탤런트 장자연(30)씨가 지난달 7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장씨가 평소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는 가족 진술과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해 장례를 치르게 했다.

장씨는 1년여 전부터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의 장례는 9일 치러졌다.

◇'우울증 아니다' 주장 제기..문건 보도
장 씨의 소속사에서 함께 일하다 호야스포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차린 유장호(30)씨는 장 씨가 숨지자 8∼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이 심경을 토로한 문건을 건넸다.

'공공의 적'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자연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아닐 수 있다는 개연성을 주장했다.

유 씨는 8일 2개 언론사에 문건을 보여줬고 이들 언론은 9∼10일 '저는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건 일부 내용을 보도하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유 씨는 그러나 13일 경찰조사에서 "유족과 함께 문건을 모두 태웠다.

유족이 문건을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 재수사 착수..의문 여전
자살경위 논란이 사그러질 즈음 한 방송사는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과 술접대할 것을 강요당했다'는 구체적인 문건 내용을 공개, 경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장 씨 유족은 지난달 17일 유 씨와 방송사 기자 2명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혐의로, 일본에 체류중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 씨 등 문건 관련 인물 4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과 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다.

피고소인 가운데 나머지 3명은 언론사 대표와 IT업체 대표, 금융업체 대표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문건등장 인물 5명과 문건 외 인물 1명을 접대 관련 수사대상에 포함했다.

5명은 언론사 대표 1명, 드라마 PD 2명, 기획사 대표 2명 등이며, 문건 외 인물은 인터넷 매체 대표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를 포함한 피고소인과 문건 내외 인물 등 10명을 강요죄와 강요죄 공범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했지만 이들의 정확한 직종과 소환일정 공개를 거부해 유력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의 부담으로 몸을 사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수사대상자의 신원과 혐의, 문건내용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말 실수'라고 번복, 외압 의혹마저 일었다.

호야스포테인먼트 유 씨는 경찰조사에서 언론보도 경위에 대해 일부 해명했으나 문건 작성 경위와 사전 유출 과정 등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해 이 부분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장자연 리스트' 사이버 만연
장자연 문건과 등장인물의 직종이 언론에 보도되며 인터넷에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급속히 유포됐다.

'장자연 리스트'에는 신문사 사장과 연예팀장, 드라마 PD, 대기업 회장 등 10여명의 실명이 사진과 함께 게재되며 사이버상에서 확대, 재생산을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달 17∼18일 인터넷 포털 검색순위에서 이틀 동안 1위를 기록하고 주간 통합검색순위에서도 1위를 하며 네티즌들의 퍼나르기가 이어졌다.

경찰은 뒤늦게 사이버수사에 나섰으나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의 경우 이미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이우성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