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20대의 차세대 피아니스트 세 명이 한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메시앙' 연주로 유명한 백건우씨가 후배들과 함께 오는 5월 서울,마산,대구,고양에서 '4대의 피아노 무대'를 만들기로 한 것.

백씨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세 명의 연주를 파리에서 처음 듣고 크게 감명받아 이 공연을 생각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젊은 음악가들이 한국 관객들과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함께 할 세 명의 연주자는 2006년 리즈콩쿠르 우승자 김선욱을 비롯해 하마마츠콩쿠르와 롱티보콩쿠르 입상자 김태형(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과 김준희(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다. 이들은 각각 런던,뮌헨,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공부하고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친분을 쌓아왔다.

백건우씨는 이들에 대해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세계가 뚜렷하고 곡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4년 전부터 선곡 작업을 하며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선정된 연주곡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미요의 '4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체르니의 '4대의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탄테'.2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는 백씨가 3명의 후배와 번갈아 연주한다.

백씨는 "기획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네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여음은 네 배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씨는 "그동안 같이 연주할 기회가 없어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다"며 "음악적 색깔이 다 다른데 맞춰가는 작업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막내 피아니스트 김준희씨도 "음악적으로 은혜를 입은 선배들과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는 게 행복하고 설렌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태형씨는 "처음 제안을 받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백건우씨는 국내에서 교육받은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로 뻗어가는 것에 대해 "한국 피아노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고 지금은 축복받은 좋은 시기"라며 "이들에게 서로 돕고 끌어주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도 한동일 선배 덕분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며 힘들 때마다 용기를 주신 분이라 그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해 후배들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게 됐죠."

백씨를 포함한 피아니스트 4명의 연주회는 오는 5월10,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15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다. 13,14일에는 마산과 대구에서도 연주한다. (02)318-4301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