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으려고 화두를 든다면 자신을 어리석은 존재로 돌려놓는 짓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참선은 고사하고 불교 근처에도 못가요. 깨닫겠다고 하는 그 생각이 이미 그르친 탓이지요. 그래서 참선은 머리로 하면 안 돼요. 두 살짜리 어린 애가 엄마 손 잡고 따라가듯 그냥 하면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참선입니다. "

제주시 화북동 원명선원에서 30여년간 1만5000여명의 불교 신자와 일반인들을 선의 세계로 이끈 대효 스님은 "억지로 힘써서 참선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선은 힘을 써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깨달아 있는 존재,본래성불(本來成佛)한 존재인 자기 자신을 바로 보면 된다는 것.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성 죽산면에 활인선원(活人禪院)을 열고 수도권 시민들을 대상으로 참선 대중화를 시작한 대효 스님을 25일 활인선원에서 만났다.

"어떤 사람이 3시 정각에 깨닫고 보니까 3시 이전에 이미 깨달아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3시 이전의 그 사람을 깨닫지 못해 미혹한 상태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건 머리로 재고 따지는 사량분별(思量分別)로 본 탓일 뿐 깨달음의 실상에서 보면 이미 깨달아 있는 것입니다. 불교의 지혜는 머리를 통해 아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이미 가진 내면의 것을 되찾는 겁니다. "

대효 스님은 화두 하나에 목숨을 걸듯 정진할 이유도 없고,흔히 강조하는 발심(發心)이나 분심(憤心)도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수행이란 인위적인 닦음이 아니라 원래 완성돼 있는 마음을 더럽히지 않는 것 뿐이며 화두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대효 스님은 그래서 참선을 하는 일반인들에게 처음부터 문답식으로 점검하고 안내한다.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 제주도에서 유치원 아이들한테 참선을 시키니 너무나 편하게 잘 하더라"며 "아이들은 머리로 따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식과 참선을 함께 하는 '간화선 금강단식' 수련도 대효 스님의 독특한 지도법이다. 그는 "참선을 힘들여 하다보면 마음병과 몸의 병이 함께 생긴다"며 "단식과 참선의 병행은 두 가지 병을 모두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금강단식은 배고픔을 억지로 참고 견디는 일반적인 단식과 달리 마음을 조절해 배고픔을 넘어서기 때문에 단식을 처음 하는 사람도 '단식 체질'이라고 할 정도라는 얘기다.

경제난으로 인한 고통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참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대효 스님은 최근 활인선원에서 100여명의 동참자들과 함께 '고난 극복을 위한 참선 대중화 정진대법회'를 열기도 했다. 또 오는 5월부터 시작되는 여름 안거 기간에는 주말마다 '행복참선학교'도 열 예정이다.

그는 "상황이 안 좋을수록 처음의 목적과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수단에 불과한 돈이나 경쟁,이념,주의 · 주장에 갇혀버리면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 대효 스님은 "본래 원만하게 갖춰진 자신을 바로 보는 것,즉 참선이 바로 해결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031)671-7707

안성=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