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채봉씨(1946~2001)가 쓴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1993년 5~8월 소년한국일보에 '저 산 너머'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김 추기경의 부탁에 따라 선종 이후 책으로 묶어냈다. 작가의 부인 김순희씨는 "연재 후 추기경께서 남편을 불러 글이 너무 예뻐서 쑥스럽다며 본인이 가고 난 뒤에 출간하라고 하셨다"며 "남편이 추기경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직접 출간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작가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김 추기경의 할아버지 이야기부터 추기경이 군위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쓰고 성 유스티노신학교 시절부터 추기경이 된 후까지의 이야기는 구술 형식의 회고록 스타일로 풀어냈다. 일본 아이들과 편싸움 와중에 돌멩이를 맞아 생긴 흉터,보따리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안쓰러워 가게 주인이 되고 싶어했던 성장기,"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주권을 찾고 싶다"고 말하던 초등학생 시절,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던 전쟁 기억 등이 담겨있다.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 쓴 글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감히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분이 걸어오신 길을 글로 따르다 보면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용기의 씨앗,희망의 씨앗,정의의 씨앗,그리고 빛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라고 적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