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DM(데이터 마이닝),CRM(고객 관계 관리) 등은 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된 데이터기반 IT(정보기술) 기법들이다. 이들은 한때 투자 대비 성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현재는 많은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 카드사는 카드고객의 기존 사용 패턴을 분석해 타인이 부정하게 카드를 사용할 때 알람을 보내고,은행은 은행 거래이력과 은행수익에 따라 고객을 분류해 차별 마케팅을 한다.

《괴짜경제학》을 쓴 스티븐 레빗은 대표적인 슈퍼크런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표면적인 현상 이면에 숨겨진 경제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레빗과 함께 뉴욕타임스의 '괴짜 경제학' 블로그의 공동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예일대학의 이언 에어즈가 《슈퍼크런처》를 통해 대량 데이터 분석 적용사례와 그 성과,이후의 방향성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에어즈는 데이터를 통해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며 창의적인지를 방대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절도를 줄이기 위해 '로잭'이라는 소형 무선송수신기(어디 장착되었는지 찾을 수 없는)를 자동차에 장착하면 '로잭'이 장착되지 않은 자동차까지 절도예방효과를 누린다는 것을 통계 데이터로 검증하고 그것의 경제적 효과를 가늠한다. 또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아주는 온라인 중매사이트가 실제로는 인종을 차별하고,동성결혼에 배타적이라는 점을 밝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건설 관련 입찰 비리를 찾아내고,카지노 업소에서 고객이 돈을 잃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점'을 찾아내 고객이 만족할 만한 다른 서비스와 구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발길을 끊지 않도록 조장하기도 한다는 점을 밝히기도 한다.

데이터기반 분석의 강점은 방대한 원천 정보와 실험을 통한 객관성에 있다. 구글은 4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는 10억메가바이트)의 자료를 모아 고객 성향을 분석하고 있고,오퍼매티카는 기업의 광고 효과를 광고 전에 실험해 '맛이 뛰어난 맥주'와 '배가 덜 부른 맥주' 중 더 호응이 높은 광고기법을 제안한다.

캐피털원이라는 미국 최대의 신용카드 발행업체는 매달 고객 250만명의 통화내용과 고객의 계좌 및 특성에 관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남겨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이자율을 낮추려고 캐피털원에 전화를 건다면 고객의 경제력을 감안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이자율을 먼저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캐피털원은 점점 더 많은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정교한 기법으로 다양한 수익창출 루트를 제공하는 것이 슈퍼크런칭의 본질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책을 실행하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멕시코는 빈민구제프로그램인 '프로그레사'를 통해 많은 빈민들의 교육 및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도 데이터 중심의 슈퍼크런칭은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의사가 딸의 병을 오진하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던 한 기업가가 주도한 '10만 생명 구하기' 캠페인은 의학계의 오진율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데이터기반 분석은 기존 전문가들의 '경험에 따른 직관'과 심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 책에서는 와인의 품질 예측,프로야구의 신인 평가,영화대본의 흥행 가능성 평가 사례를 활용해 이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나아가 전문가의 직관과 데이터분석의 공존 방향에 대한 의견도 서술한다.

이 책의 많은 성공사례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IT와 통계학의 접목에 바탕을 둔다. IT를 주업무로 하거나 IT를 많이 활용하는 직장인들,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최제호 ㈜디포커스 상무 · 《통계의 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