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레몬즙 짜개,트라이앵글,완두콩밥,프렌치 토스트,리본….'

《반짝반짝 빛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다.

이번에 출간된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소담출판사)은 그에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뒷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물 60가지에 대한 짤막한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옛 애인과 아침으로 곧잘 프렌치 토스트를 먹었다는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프렌치 토스트가 주는 행복은 그것이 아침을 위한 먹을거리이며,아침을 함께할 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니면 같이 먹게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욕실'이라는 제목이 붙은 짧은 글을 보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주인공 아오이나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쇼코의 습관이 작가 본인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처럼 작가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여러 생각을 하는 습관이 있다고 고백한다. '소설의 제목과 결말,나 자신의 행동까지 모두 욕조에서 결정했다. 욕조에서 꿈지럭거리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길어,남편은 나의 목욕을 '농성'이라고 한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